
점령자가 피점점령자에 의해 그렇게까지 우호적으로 받아들여진 사례는 역사상 흔치 않다. 일제가 패전 이전 일본 본국은 물론 조선, 대만 등 식민지와 기타 점령지역에서 미국과 영국을 ‘마귀와 짐승’(鬼畜米英)으로 부르며 극렬한 반미·반영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것과 비교하면 일본인들의 그러한 태도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연합군에 의해 일제로부터 해방된 조선인들이 미군을 환영한 것이야 당연하다 치더라도 패전국 국민이 과거 적군이었던 점령군에게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전후 일본의 지배층과 지배체제가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불신을 받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점령기 일본에서 맥아더는 일본인들에게 ‘벽안의 대군’ 또는 ‘백인 천황’(White Emperor)으로 불리었고, 일왕(天皇) 이상의 권위를 가졌다. 일본의 점쟁이나 무당들 가운데 맥아더를 몸주신으로 받아들인 자들이 많았다고 하니 거의 신적 존재로까지 받아들여진 셈이다. 일본 민중이 점령군 수장으로서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던 그를 정서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 실상의 일단을 보여준다. 심지어 부녀자들이 보낸 편지들 가운데 ‘당신의 자식을 낳고 싶다’는 편지가 수다하게 발견되는 것을 보면서 후대의 한 일본인 연구자는 ‘당시 일본인은 점령과 동침해서 개혁이라는 자식을 낳았다’고 표현했다.
문서 상자에 담긴 수많은 편지 가운데 맥아더 예찬과는 거리가 있는 유별난 편지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오사카 부근 사노마치(佐野町)라는 곳에 살았던 오우치 하나코가 자신을 전재여자(戰災女子)라고 소개하며 1945년 12월 맥아더 원수에게 엽서 한 통을 부쳤다.
“친애하는 맥아더 각하, 우리들이 오랫동안 희망해온 부인참정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목하 전쟁의 피해를 입은 채 아직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이가 딸린 우리 아내들은 하루라도 빨리 식량난과 암시장 물가가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온갖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식량 수입에 확실한 대답이 없는데 무엇이 장애가 되고 있는 것입니까. 천황제가 불가하다면 당장이라도 식량을 미국이 증대 배급해주는 조건하에 폐지해도 대중은 환호로 그것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각하, 세간의 부인들은 미국에 지배되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기조차 합니다만 여전히 식량난이 계속된다면 미국도 역시 도조씨가 말한 대로라고 생각합니다.”
요약
1.적에게 지배 받으면서 적에게 친화적이었던 일본인들
2.맥아더는 파란눈의 천황이라고 칭송받았다
맥아더와 결혼해서 애를 낳고 싶다는 여자들이 많았다
3.쌀 배급을 늘이면 천황제를 폐지해도 상관없다(오히려 환호할 것이다)
쌀배급을 늘이지 않으면 도조히데키가 말한대로 너는 귀축이다"라고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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