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금남의 구역. 이화여자대학교에도 떳떳하게 학교를 다니는 남학생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한때 농담으로 떠돌던 ‘무용과 보조 남학생’이 아니다. 정규 교환학생과 단기 하계 대학 프로그램을 통해 이대를 방문한 외국인 남자 유학생들이다.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30%에 달하는 이들은 정식으로 학생증을 발급받고 1개월에서 1년 정도 ‘이화여대생’의 신분으로 캠퍼스를 누비며 생활한다. 도서관과 강의실을 드나들고 학내 식당을 자유롭게 이용한다. 과연 이들 외국인 남학생 눈에 비친 여자대학교와 여대생은 어떤 모습일까?
독일인 마틴, 한국계 미국인 앤드류, 홍콩인 사무엘, 일본인 신지로 등 당당하게 여대생으로 살고 있는 4명의 남학생들에게 여대생과 여자대학에 대해 들어봤다.
▶ 여자들끼리만 있는데 왜? = “아침 9시부터 완벽하게 꾸미고 수업에 들어오는 한국 여대생들을 처음 보는 순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영학을 배우러 이화여대를 찾아온 홍콩계 중국 학생인 사무엘은 우선 한국 여대생들의 부지런함에 혀를 내둘렀다. 세수도 안한 듯한 얼굴로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아침 강의실을 거의 슬라이딩 하듯 들어서는 자국의 여대생들과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여대생끼리만 있는데도 왜 메이크업을 하고 올까요. 누가 서로 아름다운지 경쟁하려는 것일까요.”
이들 외국인 남학생에게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또 있다. 오르고 또 올라야 하기로 유명한 이화여대의 ‘언덕길 캠퍼스’를 왜 굳이 하이힐을 신고 힘들게 오가는지 하는 대목이다. 앤드류가 다니던 미국의 대학에선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학생을 찾아보기란 거의 힘들다.
한국 여대생들이 소극적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벽안의 독일계 학생인 마틴 베버는 “화장은 공들여 하고 오면서, 수업시간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각하고, 수업은 별반 관심 없는지 뒤에 앉아 있다가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휑하고 핸드백을 들고 나가는 일부 학생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지 않는 것도 이상해요. 다들 영어를 잘하던데 질문하는 사람은 저뿐이었어요.” 마틴이 품어온 의문점이다.
▶ 한국 여대생은 된장녀? = 얘기를 여기까지만 듣자면 이들이 한국 여대생을 보는 시선은 그다지 호의적이 않은 듯하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짧게는 한달, 길게는 1년여를 ‘여자대학교 학생’으로 지내면서 신기함은 관심과 호의로 바뀌었다.
홍콩 출신의 사무엘은 한국 여대생들이 모두 친절하고 협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관리할줄 알면서도 학업이나 방과후 활동에서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모습이 놀라웠다고 했다. 사무엘은 “매일 ‘풀메이크업’으로 등교하던 여대생이 시험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마틴도 한국 여대생들의 열성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는 “한국에서 만난 여대생들은 대부분 두가지 외국어를 할줄 알았다. 세번째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추가 전공을 듣거나 학원을 찾는 경우도 있었다.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취업과 학점을 모두 잡기 위해 바쁘게 생활하며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한국 여대생들의 억척스러운 모습은 단점인 동시에 장점으로도 받아들여졌다.
물론 남자 대학생들이니만큼 이들은 한국 여대생들의 외모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들중 일부는 한국 여대생들의 지나친 외모 가꾸기가 ‘된장녀’라는 왜곡된 표현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된장녀라는 표현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전세계 인종이 들락거리는 홍콩 출신의 사무엘은 “열심히 가꾸는 것은 자기 패턴일 뿐이에요. 솔직히 한국 여대생은 어느 곳에 가도 예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외모를 잘가꾸면서 실력도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느냐는 지적이다.
▶ 여자대학은 특별한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곳! = 여자대학교는 해외에도 더러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이화여대 같은 매머드 여자대학교는 신기한 대상이다.
“처음 여대에 교환학생으로 간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한 것이 사실”이라는 앤드류는 특히 같은 한국계 친구들에게 부러움과 호기심이 가득 담긴 문자를 많이 받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막상 학교생활을 하다보니 여자대학이라고 특별한 건 없었다고 덧붙였다.
앤드류는 “수업을 듣는 건물 대부분에 남자 화장실이 없었던 게 달랐을 뿐이다. 기숙사엔 남자 화장실이 있었지만 다른 건물엔 남학생 화장실이 없었다. 대부분 교직원용 화장실이라 애를 먹었다”며 남자 화장실이 적었던 게 불편했을 뿐이라는 것. 이들은 오히려 이화여대를 통해 ‘남녀공학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차별화된 경험’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여자대학교의 수는 갈수록 줄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여자대학들은 남녀평등이 실현되면서 30년 만에 4분의 1로 줄었다. 지난 1990년에는 밀스여자대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기 위해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여자대학교만의 고유성을 지키고자 하는 학생들의 보이콧으로 무산된 사례도 있다.
“미국에는 힐러리의 모교로 알려진 웰즐리(Wellsley College), 스미스(Smith College) 등의 여자대학이 더러 있습니다. 학생들이 큰자부심을 갖는 유명한 대학들이죠. 이화여대도 한국에서 들어가기 어려운(Top-Noted) 학교중의 하나로 알고 있고요. 그래서 여자대학교에 대한 논쟁 자체가 일어나는 이유를 잘모르겠어요. 각자만의 개성이 있잖아요. 여자들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한국 여자대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을 물어보았다. 재미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메이크업은 많이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솔직히 말해서 메이크업을 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얼굴이 충분히 예쁘거든요. 근처에 나갈 때는 맨얼굴로 나와주세요.”
홍승완ㆍ김민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