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체 도덕의 계보학 제2논문.
니체는 제2논문에서 인간을 ”약속할 수 있는 동물”로 묘사한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인간이 망각할 수 있는 동물임을 전제한다. 그렇다면, 망각이란 무엇인가?
망각은 단순한 무능이나 결핍이 아니라, 니체에게 있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저지 능력이다. 고통스러운 과거의 흔적이나 불필요한 자극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현재의 삶에 집중하기 위해 인간은 망각이라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 능력을 통해 인간은 방해받지 않고, 스스로를 통제하며, 미래를 예견하고 예정할 수 있는 존재로 나아간다. 결국 인간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예측할 수 있고, 규칙적이며, 필연적인 존재로 만들어간다.
그대 옆에서 풀을 뜯어 먹으며 지나가는 가축의 무리를 보라. 그들은 어제가 무엇이고 오늘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마구 먹어 대고, 한가롭게 쉬면서 소화시키고, 그리고 또다시 뛰어다닌다. 이처럼 그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날마다, 그들의 유쾌와 불쾌, 즉 순간이라는 말뚝에 묶여서 산다. 그래서 그들은 우울도 권태도 느끼지 않는다. 이에 비하면 인간이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동물들 앞에서 자신이 인간임을 자랑하면서도, 동물의 행복에 부러운 듯한 시선을 던지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동물처럼 권태도 없고 고통도 없이 살고 싶은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생각이다. 그는 동물처럼 살려고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 동물에게 한번 이렇게 묻는다고 하자. 즉 “왜 그대는 그대의 행복에 대해서 나에게 이야기해 주지 않고, 그저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가?” 하고, 그러면 동물 역시 다음과 같이 대답하려 할 것이다. 즉 “그것은 말하려고 하는 것을 언제나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바로, 이 동물은 이 대답마저도 잊고서 입을 다물어 버릴 것이다. 인간으로서는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동물은 오늘과 내일을 모른다. 순간의 말뚝에 묶여 현재와 오늘을 산다. 비역사적으로 사는 것. 망각하며 사는 것. 삶을 희구하고 싶다면 망각하며 살자!
니체 -반시대적 고찰-
망각은 적극적인 저지 능력으로 사람을 활기차게 만들고, 무의식에서 발현한 나쁜 기억들을 저지한다. 즉 망각은 건강함의 징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