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설명이 이상하지 않은가? "한글"이라고 쓰인 것에 자모마다 음가 설명을 붙인 것은 한글을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때 흔히 쓰는 방법이다.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소개하는 글에는 비슷한 그림이 꼭 들어가 있다. 그런데 제3세계, 그것도 아프리카와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림을 더 보자.
한글 알파벳 설명
한글의 24 자모와 대응하는 로마자를 나열했다. 그냥 제3세계에서 이렇게 가르친다는 뜻으로 포함한 것인가본데, 아까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에게 한글을 설명하는 일반적인 그림일 뿐이다.
그런데 다음 설명을 통해 한국어가 아니라 한글을 가르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즉 현지 언어를 표기하는 수단으로서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이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한글을 가르친다는 것.
즉, 한국어로 현재의 단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한글을 통한 그 나라 언어의 발음을 가르친다는 취지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school 이라는 낱말을 "학교"가 아니라 한글의 "ㅅㅡㅋㅜㄹ"의 형태로 가르친다는 이야기.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 (잠비아)
여기서부터 어이가 없어진다. 원 그림을 자세히 보면 밑에 영어로 설명이 되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With a large number of programs written in Hangeul, people can incorporate computers into their lives without difficulty."아프리카의 잠비아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사진에 나오는 사람들이 잠비아 사람들로 보이는가? 백번 양보해봤자 잠비아의 교민들이다. 자신들의 문자가 없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는 주장을 하러 한국어 소프트웨어를 통해 컴퓨터를 활용하는 모습을 소개한 사진에 억지로 잠비아라는 설명을 붙인 듯하다.
한글로 쓰인 프로그램이 많아 사람들은 어려움 없이 컴퓨터를 생활의 일부로 만들 수 있다.
세계공용어용 한글 발음표
이게 도대체 뭔지는 알고 올린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이는 미국 뉴욕 주립대에 세종학 연구소를 세운 김석연 교수가 제안한 "누리글" 설명의 일부이다. 한글로 온 세계 언어를 적을 수 있다며 기존 한글 자모를 약간씩 변형시켜 다른 음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한글을 확장했다.
여기 실린 누리글과 관련된 그림은 U.N., China eyeing Hangeul-based alphabet to combat illiteracy라는 영어 기사에서 원본을 찾을 수 있다. 아래 키보드 그림도 누리글 관련 그림이다.
유네스코가 점수를 준 부분, 기능성. 기능성을 소개하면서 한글 키보드를 보여주고 있다.
답답하다. 원 그림 설명은 "Nurigeul Keyboard for Hanyu Pinyin", 즉 "한어병음을 위한 누리글 자판"이다.
이 누리글을 창안한 김석연 교수라는 분은 한글을 세계 공용 문자로 지정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보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유네스코에 누리글을 미문자 언어를 기록하기 위한 세계 공용 문자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을 했나 보다. 꿈도 크신 분이다.
유네스코에서는 사례연구를 해오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김석연은 중국 남부의 종족들을 대상으로 누리글을 열심히 가르쳤고 아시아 전역의 선교사들을 대상으로도 누리글을 열심히 전파했다. 그리고 다시 유네스코를 찾았다.
그러니 유네스코에서는 누리글이 중국에서 중국어 및 소수민족 언어의 표기에 사용하는 한어병음(로마 문자 기반)보다 낫다는 증거가 있냐고 따졌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남부의 종족들은 사실 "미문자 종족"이 아니라 한어병음을 문자로 쓰는 이들이다. 그래서 김석연은 한어병음을 누리글로 대체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나온 것이 위의 "한어병음을 위한 누리글 자판"이다. 그런데 이것을 "유네스코가 점수를 준 부분, 기능성"이라고 설명하다니... 유네스코에서는 누리글을 세계 공용 문자로 지정해달라는 계속되는 요청을 정중히 거절한다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있는데...
정보화 시대에 맞는 한글의 기능성을 소개하려면 일반 2벌식이나 3벌식 자판, 아니 그보다 더 효율적인 휴대폰 문자 입력방식을 예로 드는 것이 적합하지 않았을까? 엉뚱하게 한어병음을 위한 누리글 자판은 왜 집어넣었을까? 멋있어 보여서?
한글 수업시간 (탄자니아)
칠판에 뭐라고 적혔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지만 적어도 탄자니아인처럼 생긴 사람들이니 넘어가자.
한글수업 맨 첫장
이것도 한글을 소개하는 일반적인 내용이다. 영어를 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게 과연 "한글 수업 맨 첫 장"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이상 소개한 것이 펌글 내용 전부이다. 당혹스러운 것은 무슨 구체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통계, 인용, 도표, 사진과 짤막하고 이해할 수 없는 설명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뭐라고 분석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설명이 없으니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 펌글은 유엔에서 한글의 우수성을 공식으로 인정하고 있어 제3세계의 교육에 사용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려고 하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낮은 비문해율은 한글이 우수하기 때문이며 이는 "세종대왕 문해상"에서 보듯이 유엔에서도 인정하고 있고 자신만의 글자가 없는 제3세계,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한글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오류 투성이인지는 이미 지적했다. 또 하나, 제3세계, 특히 아프리카가 아직까지 제대로 된 문자도 없으니 우리가 한글을 전파해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프리카에는 언어가 워낙 많으니 아직 기록되지 않은 언어도 많겠지만 웬만한 주요 언어는 모두 문자가 있다. 에티오피아 문자처럼 아프리카 고유의 문자도 있지만 대부분 로마 문자를 쓴다. 고유의 문자가 아니라고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 영어, 프랑스어, 에스파냐어, 독일어 등도 고유의 문자가 아닌 로마 문자를 빌어서 잘 쓰고 있지 않은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문해율이 낮은 것은 문자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글을 배울 나이의 어린이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을 환경이 되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