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마!
별빛으로 측량… GPS보다 수천배 정확한 "VLBI"
| 기사입력 2010-03-04 03:33 日 의존 벗어나 위·경도 기준점 독자적 결정 가능해져
지진이나 쓰나미를 예측하려면 지표를 떠받치는 지각이나 판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1년에 고작 수 mm를 움직이는 지각의 움직임을 알아내는 기술이 VLBI(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이다. 우리말로는 "초장기선 전파간섭계(超長基線 電波干涉計)"라고 하는 기술을 사용하면 땅의 느린 움직임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없어졌을 수도 있는 별빛으로 측량
VLBI는 우주의 별을 사용한 측량기술이다. 수십억 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간 달린 거리=약 9조4600억km) 떨어진 곳의 퀘이사(Quasar)라는 천체에서 온 전자기파를 활용한다. 퀘이사의 밝기는 해보다 수조 배나 환하면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지구에서 보면 하나의 점처럼 보인다. 퀘이사는 동서남북 하늘에 드문드문 있어서 지표면 어디서나 관측할 수 있다.
퀘이사가 내뿜는 전자기파를 활용해 지구 표면의 위치를 정한다. 지구는 구면(球面)이어서 퀘이사의 전자기파가 도착하는 시간이 지역별로 다르다. 마치 운동장 한쪽 끝에서 소리를 지르면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과 먼 곳에 있는 사람이 소리를 듣는 시간이 제각기 다른 이유와 동일하다.
퀘이사의 전자기파가 도착하는 시간을 수소 원자시계로 측정한다. 수소 원자시계는 100만년에 1초의 오차를 갖는 시계이다. 이렇게 정확한 시계로 VLBI는 퀘이사의 전자기파가 지표면에 어떤 간격으로 도착하는지를 측정한다. VLBI는 지구 표면의 위치를 1000km에 1mm 오차로 파악할 수 있다. VLBI는 GPS의 위치 측정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기준이 되는 동시에 지표의 위도·경도 좌표를 알아내는 역할도 한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측지그룹의 조정호 박사는 "지구에서 관측하는 퀘이사는 수십억년 전에 출발한 전자기파여서 현재 퀘이사 자체는 사라졌을 수도 있다"며 "없어진 별의 흔적으로 지표면에 주소를 부여하는 위도·경도 좌표를 알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천문연구원은 퀘이사의 전자기파를 측정할 수 있는 전파망원경을 울산·서울·제주에 운영 중이다. 그러나 VLBI 계측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VLBI 계측용 전파망원경과 설비 건설 기공식을 올 5월 충남 세종시에서 갖고 2011년 완공할 예정이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세종시에 VLBI가 완공되면 우리나라는 미국·일본·중국·독일에 이어 세계 16번째로 VLBI 기술을 독자 구축한 국가가 된다"고 말했다.
VLBI 기술이 있으면 우리나라의 위도·경도도 독자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일본에 의존, 우리나라의 경위도 좌표를 파악했으나 VLBI 기술 구축으로 독자적으로 경위도 원점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대륙의 움직임을 포착
대륙은 멈춰 있지 않다. 땅을 떠받드는 판, 지각이 매우 느리지만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움직이는 땅으로 인해서 올 1월의 아이티 지진, 2월의 칠레 지진이 발생했다. 판과 판이 충돌하면 바다도 출렁인다. 쓰나미가 발생하는 원인이다.
VLBI는 대륙의 움직임을 알아낼 수 있다. 인공위성을 활용한 GPS로는 통상적으로는 수 m의 오차가 있다. 여기에 인공위성과 지상 사이에 발생하는 오차를 줄이면 cm 수준의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1년에 수 mm 움직이는 대륙이나 판의 움직임을 알아내기에는 GPS로는 부족하다.
VLBI는 느리게 움직이지만 중요한 대륙의 움직임을 인류에게 알려 줄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다. VLBI 기술로 한·일간의 거리가 지난 100년동안 4m 정도 가까워졌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1년에 평균 4cm 움직인 셈이다.
조정호 박사는 "한반도의 미세한 지각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VLBI는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VLBI의 경제적 가치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조호진 기자 superstor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