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통의 `국민 기업` 필립스가 터줏대감으로 있는 네덜란드에서 최근 한국 가전업체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보수적이면서도 기존 브랜드에 대한 집착력이 강한 네덜란드인들이지만 이들은 이제 자국 제품(필립스) 대신 동양의 낯선 나라 삼성전자,LG전자 제품을 찾고 있다. 전통적인 강자 `소니`나 `파나소닉` 등도 한국 기업들의 반격에 제대로 맥을 못추고 있을 정도다. 네덜란드 현지 한 관계자는 "이번 밴쿠퍼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신예 이승훈 선수가 네덜란드의 `국민 영웅` 스벤 크라머 선수를 물리친 것은 충격적"이라며 "최근 가전제품 시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 매장 내 명당은 한국 자리…`기술력에 가격까지`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대형 유통점 BCC 매장. 입구에서 오른편 코너로 돌아서자마자 중앙에 나란히 한국 TV들이 눈에 들어온다.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곳은 손님들의 눈에 가장 잘 보이는 명당 자리 중 하나다. 매장을 둘러보던 외국인들도 한국 3D TV가 신기한 듯 하나둘 발걸음을 멈춰 선다.
이 BCC 매장을 총괄하고 있는 매니저는 "부유층이 많이 살고 있는 이 지역에서 프리미엄급 제품들을 중심으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인기가 높다"며 "한국 TV들은 디자인이 예쁜 데다 화질을 비롯한 기술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의 SL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특히 32인치와 42인치 TV에 대한 수요가 높다.
네덜란드 현지인 패트릭 버훌스트씨(32)는 한국 제품 광으로 유명하다. 그의 집에 들어가 보면 TV, 냉장고, 세탁기 등 집안 곳곳에 `삼성`과 LG로고가 눈에 띈다. 그는 "가전제품을 결정할 때 품질 외에 가격도 간과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 제품들은 가격과 기술력 모두 갖추고 있어 선호하는 브랜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앞서 1월에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가전전시회(CES 2010)에서도 어느 정도 감지됐다. CES 현장에 다녀온 국내 한 가전업체 마케팅 매니저는 "국내 기업들의 3D TV는 기술력 면에서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샤프나 소니 등이 선보인 제품은 그리 새로울 게 없다는 평이 대체적이었다"고 전했다.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채용 시장에서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채용 공고를 내도 거의 지원자가 없었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브랜드 인기를 실감하듯 접수되는 이력서 양도 대폭 증가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후문이다.
◇ 네덜란드서 점유율 40%대…`KOREA` 열풍
암스테르담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 암스텔벤. 이 곳에는 네덜란드를 비롯한 베네룩스 지역을 총괄하는 LG현지법인이 있다.
베네룩스 현지법인장 비욘 버그 앤더슨(41.사진) 사장은 LG가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현지인들에게 그저 `저렴한 제품`으로 비춰지거나 예전 LG필립스LCD의 자회사로 착각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한국 브랜드를 접할 기회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스타일이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이 점차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TV 관련 지식이 풍부한 이른바 `스마트 컨슈머(smart consumer)`일수록 젊은 느낌의 한국 브랜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가전업체들은 네덜란드 시장에서 점유율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삼성 TV의 점유율은 현재 30%로 네덜란드의 전통 강호 필립스(28~29%)를 이미 넘어서며 1위 자리를 빼앗은 상태다. LG도 12%의 점유율로 일본 소니를 제치고 3위로 등극, 2위 필립스를 바로 뒤에서 맹추격하고 있다.
자국 텃새가 심한 네덜란드 시장에서 국내 가전업체들의 점유율이 40%대까지 올라왔다는 점은 현지에서도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4분기 필립스는 5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에 허덕이는 필립스와 수익 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소니 등과 달리 최근 국내 업체들은 마케팅 인력을 보강하는 등 현지 공세에 적극 나서고 있다.
네덜란드는 특히 유럽 내에서도 인터넷이 발달된 국가로 알려져 있다. 이들 소비자들은 가전제품 하나를 살 때도 국내 소비자들처럼 일일이 인터넷 블로그나 사이트 후기들을 뒤지며 실용성 등을 따지는 만큼 브랜드를 갈아타는 속도가 느린 편. 하지만 일단 한번 결정하면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상당히 높은 지역 중 하나라고 현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비욘 사장은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베네룩스를 비롯한 유럽 시장은 아직 기회가 많은 시장"이라며 "이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 올해에는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감성적인 브랜드로 각인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3년 후에는 3D TV가 더욱 상용화되면서 붐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인피니아` 풀 LED 3D TV로 시장을 적극 공략해 미리 브랜드 인지도 쌓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세계시장에서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있는 한국 가전업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