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 제어코일 KSTAR 내부 설치 세계 첫 성공
"D자"형 플라즈마 형성의 초석…올 9월 구현 목표
ITER도 설계변경…"한국은 ITER의 파일롯 머신"
▲ 플라즈마 제어코일을 KSTAR 진공용기 안으로 투입, 설치하는 작업 현장.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격"ⓒ2010 HelloDD.com 한국 과학기술계에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덕특구의 국가핵융합연구소(소장 이경수) 연구현장에서다. 외국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던 기술적 난제를 우리나라 연구진과 산업계 인력들이 풀어냈다.
500kg 무게에 8m짜리 "ㄷ"자 모양의 플라즈마 제어코일을 한국의 인공태양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내부에 바느질 꿰듯 설치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성공에 따라 우리나라 보다 2년 앞서 운영에 들어간 중국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EAST:Experimental Advanced Superconducting Tokamak) 보다 고품격 플라즈마를 얻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플라즈마 제어코일을 초전도 핵융합장치 내부에 직접 설치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연구진들은 이번 플라즈마 제어코일 설치 성공에 따라 앞으로 어떤 기술적 난제도 풀어낼 수 있다는 자부심과 희망을 갖게 됐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의구심을 갖던 외국 연구진들은 KSTAR를 직접 찾아 두 눈으로 목격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KSTAR의 성능 개선장치 건설 하나 하나의 과정들이 프랑스에 건설 예정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의 모범사례로 벤치마킹 되고 있는 양상이다.
◆ 제어코일, KSTAR 진공용기에 어떻게 설치?
▲제어코일이 설치된 KSTAR 내부. 현재 마무리 정렬작업 중이다.ⓒ2010 HelloDD.comKSTAR 진공용기는 4개 구멍이 뚫려 있는 납작한 원통형으로 돼있다. 용기 내부가 텅 비어있으면 코일을 설치하는데 별 문제가 없겠지만 한 가운데 커다란 기둥이 있다. 4개 구멍 안으로 넓은 "ㄷ"자형 플라즈마 제어코일을 집어넣는 것 자체가 연구진들의 큰 과제였다. 때문에 제어코일 설계부터 가장 고려됐던 점은 "과연 진공용기 내부로 코일을 투입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슈였다.
코일 설계 작업부터 어려웠다. 2차원 CAD(컴퓨터 지원설계) 작업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 판명났다. 3차원으로 접근했다. 다행스럽게 3차원에서는 투입경로가 개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공용기 내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연구진들이 500kg 무게와 8m가 넘는 코일을 단 한 번에 안정적으로 설치하는 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조립 시나리오 자체가 고난이도였다.
코일 제작도 쉽지 않았다. 초전도 자석 제작기법을 이용했다. 유리섬유를 감고 에폭시를 넣어 복합재료로 만들어 냈다. 코일제작의 경우 별도 금형작업이 없고 코일 케이스 자체가 금형과 일체형으로 제작됐다. 유리섬유가 고열에 녹지 않도록 최적의 용접조건을 찾기 위해 연구진들이 적지 않은 땀을 흘려야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0분의 1 크기의 알루미늄 모형을 제작해 수많은 투입 실험을 거치는 등 다양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펼쳤다. 현장에서 장치를 제작하고 설치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방법을 찾고 또 찾았다. 투입 경로 자체가 매우 제한적인 환경이라서 선택의 폭이 매우 적었다.
▲KSTAR 안으로 지그재그로 뻗친 제어코일.ⓒ2010 HelloDD.com
지난 2000년 초 이경수 소장(당시 핵융합개발사업단장)과 이바노프 러시아 박사, 양형렬 박사가 함께 "콤팩트하고 다양한 코일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플라즈마 제어코일을 직접 진공용기 안에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겠다고 세계에 공언한 뒤 연구진들은 무조건 풀어내겠다는 자세로 불가능한(?) 숙제에 매달렸다.
2006년 준비 단계에 들어가 2008년 설계작업과 시뮬레이션 작업을 거쳐 2009년 KSTAR에 들어갈 코일을 완성해 냈다. 결국 최근 들어서야 관련 코일을 KSTAR 내부에 투입하는데 성공했고, 현재 마무리 정렬작업이 진행중이다. 연구진들은 지난 코일 투입 과정을 두고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였다"고 말한다.
KSTAR가 진공용기 내부에 플라즈마 제어코일 설치에 성공하자 ITER도 플라즈마 제어코일을 내부로 설치하기로 설계변경했다. 지난 3월 ITER 설계 담당자가 제어코일 적용기법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KSTAR를 찾기도 했다. 현재 핵융합연 연구진이 ITER의 제어코일 설치 관련 설계작업을 검토해 주고 있다.
◆ 플라즈마 제어코일의 역할?…"완벽한 "D"자형 플라즈마 얻는 핵심"
▲KSTAR 제어코일은 플라즈마 목적에 따라 한 코일에서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2010 HelloDD.com진공용기 내 제어코일은 명품 플라즈마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핵심 장치다.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는 플라즈마 형태는 "D자"형. 현재까지 D자형 플라즈마 발생은 중국 EAST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실현해 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첫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했지만, 당시에는 원형 플라즈마 발생 자체에 목적을 뒀다.
하지만 이번 플라즈마 제어코일 설치로 중국 보다 더욱 섬세한 D자형 플라즈마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아직 먼 이야기이지만, 핵융합 발전이 현실화될 때 핵융합 발전의 효율성을 가져다주는 결과로 이번 제어코일 내부 설치 효과가 이어지는 셈이다.
KSTAR를 구성하는 자석 부문 장치와 기계 장치는 100%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완벽한 플라즈마 정렬을 이룰 수 없다. 이 때 제어코일이 내부 용기에 있으면 왜곡된 플라즈마를 원하는 D자형으로 고속 제어할 수 있다. 플라즈마가 수직적으로 불안정성을 보일 때 빠르게 안정화시킬 수 있고 과도한 열 부하도 방지할 수 있다.
KSTAR 제어코일은 전자석과 전체 장치의 제작·설치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자기장 오차를 보상해 주는 역할도 수행한다. 특히 ITER 설계에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플라즈마 불순물 제거(ELM:Edge Localized Mode) 제어 등을 위해 제어코일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플라즈마 제어코일 설치 개념도.ⓒ2010 HelloDD.com진공용기 내 제어코일은 ∙Top·Upper·Lower·Bottom 별로 4개씩의 코일 분할(segment)로 구성돼 있다. 각 세그먼트는 8개 구리 전도체로 제작돼 있고, 각 코일이 플라즈마 목적에 맞게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중국 EAST는 한 제어코일에 한 가지 기능밖에 못하도록 설계됐다. KSTAR는 코일 자체도 결합 용접이 없어 냉각수 누설에 대한 우려도 없다.
핵융합연은 오는 10월 대덕특구에서 열릴 세계 핵융합 올림픽 "제23차 IAEA FEC(국제핵융합에너지 컨퍼런스)"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9월 이전까지 "D자"형 플라즈마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학근 핵융합연 KSTAR 장치시스템개발팀장은 "우리 연구진이 세계가 불가능으로 치부했던 기술적 난제를 계속 해결해 지금은 KSTAR가 "ITER의 파일럿 머신"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며 "9월까지 완벽한 D자형 플라즈마를 얻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