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장도입니다.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올올이 아로새긴 육날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서정주의 ‘귀촉도’ 중에서
남녀가 몸에 지니는 노리개 또는 호신용 칼이다. 장식용으로 차기도 하고 호신과 자결을 위한 것이다.
한국에서 장도를 차는 풍습이 생긴 것은 고려 때부터이며, 조선시대에는 널리 보편화되었다.
은장도는 차는 위치에 따라 각각 명칭이 다르다. 부녀자들이 노리개로 옷고름에 찬 것은 패도(佩刀), 주머니 속에 지닌 것은 낭도(囊刀)라 한다. 패도의 크기는 큰 것이 전장 5치(약 15cm), 도신 3치(약 9cm) 정도이고 작은 것은 전장 3치, 도신 1.5치 정도가 보통이며, 낭도는 전장 3치, 도신 1.5치 정도이다
.
은장도의 재료는 은이며 도신은 강철인데, 그 중에는 은젓가락이 달려 있는 것도 있다. 이는 외식을 할 때 젓가락으로, 또는 음식에 독이 들어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쓰기도 하였다.
칼날의 한 면에는 남녀간의 사랑과 의의를 표시하여 "일편단심"이라는 글자를 새긴 것, 칼자루와 칼집에 십장생무늬와 길상문(吉祥紋)을 새긴 것도 있었다. 결혼을 축하하거나 성인이 된 것을 기념하여 장도를 주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 풍습에는 본인의 행복을 바라며 온갖 불행에서 보호해주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장도는 가격이 비싸 부유한 계층에서만 찰 수 있었고, 일반인들은 마음대로 찰 수 없었다.
남자의 경우 저고리 고름이나 허리띠에 명주실로 짜서 만든 끈목을 고리를 꿰어서 차고, 여자의 경우에는 치마 속 허리띠에 차거나 노리개의 주체로 삼아 삼작노리개 중 하나로 차기도 하지만 따로 단작으로 꾸며 겉에 보이지 않게 차기도 했다. 난리 때 정절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차고 있던 장도로 자결한 이야기도 있다.
슬픈 은장도
오소후*
사랑 앞에서 무쇠 담금질도 소용없지요
아버지 건네주던 혼수감 1호 광양 은장도
초대받지 않은 불한당 막으라며
차라리 속살을 향해 그 끝을 겨냥하라 이르셨지요
그러나 팔랑이는 나무잎새로 번쩍 새드는 햇살
그런 사랑 다가오면
어찌 은장도로 끊어낼까요
아버지 주신 몸 머리카락 하나도 다치지 말라던
어른의 말씀을 핑계 삼아 볼까요
홍살문 열녀 잊은 것도 아니지만
차라리 은장도 끝 부러뜨리고 싶어요
새벽산 뻐꾹 울음에 내 울음 숨기지 말고
시절 인연 맞춰 달이 차고 기울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절로 은장도 끝 부러져 나갔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사랑하는 이를 이별하는 고통
그 뿌리를 절단할 담금질보다 더 예리한 칼끝을 주세요
아름다운 은빛
독에 닿으면 제 빛깔 고쳐먹지만
순수에 닿으면 어떻게 맘 먹어야 하는지요
번쩍이는 은장도 손에 쥐고
캄캄한 침묵 앞에 서 있습니다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요, 아버지
정녕 풀잎 이슬 속 반달이 떠오를 때가 오려는지요
출처:<좀꽃마리-오소후 시집/정표/2005. 4>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