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일본 정부는 패전 직전 오키나와 주민들이 군의 명령에 의해 집단 자결한 사실을
일본 교과서에서 삭제하도록 했다가 다시 복원시킬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오키나와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야당의 공세에 따른 것인데, 주변국 관련 역사 왜곡에 대해서는
꿈쩍도 않는 일본 정부의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윤경민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일본의 패전이 임박했던 지난 1945년 미군이
오키나와에 상륙해 일본군을 궁지로 몰아넣자 천여 명의 일반 주민들이 집단 자결했습니다.
생존자들은 당시 일본군이 주민들에게 수류탄 등을 나눠주며 자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녹취:미야히라 하루코, 생존자] "군에서 자결하라고 내일 미군이
틀림없이 상륙하니까 그 전에 자결하라고 했다고 오빠한테 분명히 들었어요. 거짓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역사 교과서에서도 오키나와 주민들의 집단 자결은 군의 명령에 의한 것이었다고
기술돼 왔습니다. 그런데 당시 오키나와 주둔 일본군 지휘관의 유족이 그런 명령은 없었다며
소송을 내자 문부과학성은 이를 이유로 검정 과정에서 군의 강요 기술을 삭제하도록 했습니다.
분노한 오키나와 주민들은 11만 명이나 모여 역사를 왜곡하지 말라며 강력 항의했습니다.
[녹취:오키나와 고등학생] "거짓을 진실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우리는 진실을 배우고 싶습니다."
야당도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것이라며 검정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녹취:칸 나오토, 민주당 대표대행] "역사를 왜곡하면 안 됩니다.
국회결의를 제출할 것입니다." 특히 오키나와 현지사와 현의회 의장이 직접 문부과학상을
찾아가 주민들의 분노를 전달하며 역사왜곡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녹취:나카자토 토시노부, 오키나와 현의회 의장] "교과서는 미래를 짊어진 아이들에게
진실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러자 한 번 검정한 것은 다시 수정할 수
없다던 일본 정부가 한 발 물러섰습니다. 교과서 출판사가 정정신청을 할 경우 다시
심의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녹취: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교과서 검정은 심의회에서
전문적인 심의를 거쳐 실시되도록 돼 있습니다.
오키나와 현민의 생각을 무겁게 받아들여 문부과학성에서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역사 왜곡을 시정하라는 주변국의 촉구에는 검정제도를 들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한번 검정을 통과한 것을
다시 바꿀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자국 내 반발이 거세지자 태도를
바꾸는 이중적인 자세를 나타내고 있어 주변국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도쿄에서 YTN 윤경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