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수뇌부, 엘피다 발표 비현실적 결론(종합)
삼성전자 수뇌부가 엘피다의 20나노급 반도체 개발이 "허세"로 끝날 것으로 분석하고 이를 공식화했다.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 리더십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 "40나노 제품도 못봤는데 20나노 말도 안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은 4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에서 "(엘피다 관련) 보도를 보고 걱정을 하는데, 7월부터 양산을 한다고 하니 두고보자"며 엘피다의 발표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언급했다.
↑ 그래픽=조경표
권 사장의 발언은 엘피다를 크게 의식할 이유가 없고 또 보도가 일부 사실이라고 해도 양산까지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삼성전자의 시장지배력으로 볼 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여유로움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권 사장은 "2009년에 엘피다가 40나노급 D램을 개발하겠다고 했는데, 시장에서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고 작년에 30나노급 D램을 개발했다고 하고선 아직도 출하된 제품이 없다"고 언급하며 신뢰받지 못한 엘피다의 제품 출시 발표를 낮은 현실화의 근거로 들었다.
보통 메모리반도체는 생산능력을 확대할 때 미세공정으로 전환하는데 50나노에서 40나노로, 40나노에서 30나노로 전환하는 과정을 밟는다.
엘피다의 경우 현재 주력제품이 50나노급이기에 20나노급으로 바로 건너뛰는 것은 현실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기술적 마지노선(한계)로 불리는 20나노급 메모리를 엘피다가 개발하고 곧 양산하는 것은 반도체 역사상 사례가 없다는 설명이다.
◆ "엘피다의 발표는 정치적"
엘피다가 기존 반도체 업계의 상식을 뛰어넘는 발표를 한데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장까지 의심을 덧붙이자, 엘피다의 이번 발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존 엘피다 발표의 낮은 신뢰성 등을 감안할 때, 이번 발표가 엘피다의 일종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LIG투자증권 김영준 팀장은 "30·40나노도 못하는 엘피다가 20나노로 바로 건너뛰는 것은 의욕만 앞선 것인지 현실성이 없다"면서 "이번 보도는 다분히 정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군 애널리스트도 엘피다의 발표는 기술적 분석보다는 정치적 분석이 더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엘피다가 자금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나 대만업체로부터 최대한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기술적인 자신감을 드러내 보이려고 한 것이 아닐까 하는 데 추후 뉴스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삼성 20나노급 개발에 박차 올릴 듯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이번 엘피다의 발표가 세계 1위를 자부하던 삼성전자에 오히려 자극이 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엘피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고집적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을 피력했다.
4일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연구소에서는 20나노급 제품 개발을 완료했다"면서 "중요한 것은 개발 시점이 아니라 양산 시점이며 양산이 가능할 때 맞춰 개발됐다는 점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삼성이 D램을 제일 먼저 개발 발표, 제일 먼저 양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면서 "특히 2007년 이후에는 개발 발표와 양산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반도체 개발 소식을 볼 때는 개발 발표와 양산 발표가 일치하는 지를 봐 달라"고 주문했다.
같은 날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도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1등을 하려면 경쟁사보다 1년은 앞서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선 자만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