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부 유정숙 씨(55)는 저녁상을 볼 재료를 준비하러 집 앞 재래시장을 찾았다. 유씨는 "오늘 동태탕이나 끓여볼까 싶어 나왔어요. 맛이야 생태가 좋지만, 방사능 때문에 걱정돼서 먹기가 좀 …. 그런데 동태 값이 너무 올라서 지금 그나마 싸게 파는 곳을 찾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그녀는 생태를 대신할 동태라도 찾고 있지만, 평소 회라면 사족을 못 쓰던 회사원 이지현 씨(30)는 일본 방사능 사건 이후로 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씨는 "일본 정부가 마치 손바닥 뒤집듯이 입장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젠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도저히 믿을 수 없고 차라리 안 먹고 걱정도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방사능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먹을거리에 대한 공포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일본 원전 주변에서 생산된 우유와 시금치에 이어 수돗물 등에서까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비자의 불안감은 급격하게 높아졌다. 이런 불안심리는 곧 방사능 해독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다시마 등 해조류의 판매 급증으로 이어졌다. 황종순 이마트 홍보팀 과장은 "지금은 진정 국면을 맞았지만 당시에는 다시마 등 해조류의 판매량이 평소의 2~3배 수준까지 껑충 뛰었다"고 설명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선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16개월 된 아들에게 이유식을 만들어 주는 주부 최은경 씨는 요즘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한숨이 푹푹 새어 나온다.
최씨는 "아들이 오징어나 새우 같은 해산물을 좋아하는데, 방사능에 오염됐으면 어떻게 해요? 아이 먹을 거니까 더 신경이 쓰이죠. 도대체 뭘 먹이면 좋을지 모르겠어요"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네 살배기 아들을 둔 주부 이원영 씨도 "평소에 아이가 일본에서 만든 과자를 즐겨 먹었는데, 이번에 사건 터지고 나서 너무 찜찜한 마음이 들어서 아예 (일본산 과자를)끊었다. 아이 입맛이 길들여져 있어서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먹는 식품 속에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으면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몸 밖으로 배출될 때까지 몸속에서 방사선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엄격한 통제가 필요한데, 다행스러운 건 이미 방사능에 노출된 식품을 사람이 먹을 경우에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방사선량을 계산해서 그 이상으로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지 않도록 하는 `음식물 중의 방사능 제한치`가 설정돼 있다는 점이다.
즉 제한치에 근접한 방사능 오염 식품은 1년 내내 섭취해도 허용치 안에서 방사선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방사선의 피해를 받지 않게 된다. 일례로 일본 교토부의 재배식품인 `비타민ㆍ가르시니아캄보지아껍질 추출물`에서 ㎏당 0.6㏃(베크렐)의 방사능이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식품일반의 기준 및 규격인 ㎏당 370㏃과 비교해 1000분의 1 수준이다. 즉 이 식품을 1년 내내 먹더라도 0.001mSv(밀리시버트) 이하의 방사선을 받기 때문에 인체에 피해가 없다는 결론이다.
이명철 서울대 의대 핵의학과 교수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아무리 오랫동안 먹더라도 아무 영향이 없다는 게 과학자들이 내린 결론"이라며 "요즘 들려오는 방사선에 대한 두려움은 막연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방사선에 대한 염려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현상이 지나친 확대 해석에서 비롯된다는 지적도 있다.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불안한 사람은 제일 나쁜 일이 일어날 확률을 가장 높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정확한 것을 몰라서 불안할 수도 있지만, 모르는 것을 확대 해석해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여 불안감을 키우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감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확한 정보, 과학적인 지식을 파악하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하루에 한 번, 매일 저녁 6시에 `농수산식품안전정보시스템(foodsafety.go.kr)`을 통해 방사능 관련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방사능의 기초적인 Q&A를 비롯해 농식품부 자체의 검역 검사 결과와 다른 기관에서 내놓은 자료까지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