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 떨어지는 이유_쌀은 한국쌀이 좋은데밥은 일본밥이 맛있다?
수확량 우선… 비료 많이 준다 질소비료 많이 사용할수록 단백질 함량 늘고 맛은 떨어져
바야흐로 햅쌀의 계절. 각지에서 "명품 쌀"이 쏟아진다. 다른 종자는 몰라도 벼에 관한 한 풍족한 예산을 투입해 쉼 없이 품종개량을 한 덕에 한국 쌀은 여느 나라 쌀에 비해 고품질이라는 게 쌀 생산자 및 연구자들의 말이다. 그러나 이웃나라 일본을 다녀온 사람 중 적잖은 사람이 "일본 밥이 더 맛있다"고 한다. 두 주장을 합치면, 쌀은 우수한데, 밥은 맛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왜일까?
최고의 밥맛을 내는 쌀? 수확량이 최고지
2009년 현재 정부가 최고품질 품종으로 지정한 쌀은 모두 8종. 호품·삼광·운광·고품·칠보·하이아미·진수미·영호진미가 그것이다. 품질도 일본 벼에 뒤지지 않는다. 2008년 국립식량과학원과 충남 당진기술센터가 실시한 벼품종 식미평가에서 호품이 일본의 대표적 품종 중의 하나인 고시히카리를 밥맛·외관 모두에서 크게 앞질렀는가 하면, 지난해에 평택에서 열린 평가에서는 삼광이 고시히카리를 앞섰다. 쌀맛을 결정하는 단백질 함유량(적을수록 맛이 좋다)에서도 5~6%대 안팎으로 두 나라 품종이 큰 차이가 없다.
대부분의 한국 쌀 농가에서는 고품질로 평가받는 벼 품종을 재배한다. 호품은 15만4000ha에서 경작돼 올해 전국 쌀 재배면적 1위를 기록했고, 2위는 추청(11만3000ha), 3위는 주남(6만9000ha)이 차지했다. 그런데도 우리 쌀로 지은 밥맛은 왜 최고가 되지 못할까.
첫 번째 원인은, 쌀 재배에 있어 질보다 양을 우선시하는 경작방식 때문이다. 일단 많은 양을 수확해야 많은 수입을 얻기 때문이다. 수확량을 높이려면 비료를 많이 줘야 한다. 그런데 질소 비료를 많이 사용할수록 쌀의 단백질 함량이 늘어나 밥맛은 떨어진다. 유전자는 훌륭하지만 양육 환경이 좋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다비재배"를 막기 위해 300평당 질소비료 사용량을 9㎏으로 제한하는 표준농법을 권장하고 있지만 이를 따르는 농가는 많지 않다. 질 대신 양을 택한다는 얘기다.
뛰어난 밥맛을 내는 최고급 품종에 수확량도 많아 올해 최고 재배면적을 차지한 "호품"만 해도 농민들이 사용한 비료량이 평균 13~15㎏이었다. 호품을 개발한 국립식량과학원 김보경 연구관에 따르면, 호품벼는 질소비료 7㎏을 주었을 때 단백질 함유량이 6.5% 미만이 되어 최상의 맛을 낸다. 하지만 양을 위해 농민들은 비료를 들이부었고, 맛과 질은 떨어졌다. 최상급 품질에 재배하기도 쉬워 "꿈의 벼"라고 극찬받던 호품이 "쌀값 하락의 원흉"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벼는 다르다. 대표적인 육종 품종이 고시히카리·히토메보레·청무. 이 품종들의 질소 비료 사용량은 5㎏대다. 그 이상을 주면 벼가 쓰러지기 때문이다. 비료 사용량이 적으니 단백질 함량이 적고, 밥맛 또한 좋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