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 조짐을 보이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지난주 말을 고비로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원전 1호기에 이어 2, 3호기도 잇따라 멜트다운(노심용해) 현상으로 핵연료 전체의 붕괴 가능성이 제기됐고 비교적 안전지대로 간주됐던 도쿄 등 수도권 일대의 토양에서도 다른 지역보다 최고 6배가 넘는 방사능 세슘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으로 유턴 입국했던 재일동포와 한국 주재원들 사이에서는 지난주 말부터 "한국이나 일본 서부지역으로 다시 피난을 떠나야 하는 게 아니냐"는 `2차 탈출론`도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미국 에너지부의 대니얼 포너먼 부장관은 "후쿠시마 원전은 여전히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15일 인터뷰 기사 내용을 보도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원전 1호기와 마찬가지로 2, 3호기도 핵연료 전체가 녹아 내리는 멜트다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은 "비교적 안정상태를 유지했던 2, 3호기에 대해 멜트다운 가능성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 더 심각한 방사능 오염사태가 시작될 수도 있음을 예고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멜트다운이 진행되면 원자로(높이 약 4m)에 들어 있는 핵연료가 녹아내려 압력용기 바닥에 쌓이게 되고 이렇게 누적된 핵연료는 방사능 오염수를 통해 건물 지하나 해양으로 유출되면서 대규모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다.
실제로 후쿠시마 제1원전 건물 지하에서는 지난주 말 3000여 t에 달하는 방사성 오염수가 새롭게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도쿄 시내 일부 토양에서는 방사성 세슘의 농도가 ㎏당 최고 3000베크렐(㏃)을 초과했다고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도쿄 지역에서 채취한 토양을 분석한 결과 시내 한복판인 고토구 가메이도에서 ㎏당 3201㏃, 지요다구 니주바시에서 1904㏃의 세슘이 각각 검출됐다.
토양에 대한 방사능 기준치는 책정돼 있지 않지만 이번에 도쿄에서 검출된 세슘 농도는 사이타마현이나 야마나시현 등 인접 지역에 비해 약 2~6배 정도 높은 수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도쿄도는 도쿄 시내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가나마치 정수장 토양에서 ㎏당 세슘이 6570㏃, 요오드가 2440㏃ 각각 검출됐다고 지난주 말 발표했다. 나카시마 겐 교토대학 교수는 "원전 복구작업이 지연되면서 300㎞ 이상 떨어진 수도권 지역도 오염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말 후쿠시마 원전에서 근무 중이던 60대 근로자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원전사고 수습이 더욱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에 사망한 근로자는 피폭 기준치가 인체 유해 수준에 미달했다고 도쿄전력 측이 밝혔지만 방사능 피폭 공포가 더욱 확산될 소지가 높아졌다.
한편 중국 정부는 일본 남쪽 서태평양 1700㎞ 지점인 오키노도리시마 인근에서 핵 오염도를 조사하는 해양 조사에 착수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은 일본이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설정한 지역으로 중국이 해양 조사 또는 이를 구실로 한 군대 파견을 강행할 경우 중ㆍ일 양국 간 민감한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