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때문에 잠시 살았던 시골 들판에서 주웠던 고양이를 3년간 길렀고
혼자서 집을 떠나 사는 내게 큰 위안이었다.
그 고양이는 나에게 마음에 안드는점 하나 없이 너무 완벽했다.
일하러 갔다 숙소에 오면 내 차 소리를 알아듣고 현관에 나와 울곤 했고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앉으면 무릎에 앉아 한참동안 내 눈을 바라보곤 했다.
잘때는 내 품에서 팔에 기댄채 잤다.
얌전해서 휴지를 물어뜯는것 말고는 별다른 사고를 일으킨 적도 없었다.
그런데 한동안 너무 바빠서 고양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기간이 생겼고 그 사이 사료를 먹지 않는것을 뒤늦게 눈치챘고
상태가 매우 안좋아 보였다.
병원으로 데려가서 혈액검사를 하니 지방간이고 고양이에겐 치사율이 매우 높은 병이며 매우 심각해서 살아남을 가망은 거의 없다고 했다.
듣는 순간 눈물이 났고 수의사는 치료 포기를 권했지만 그랬다가 더 후회할것 같아 입원치료를 해 달라고 했고
하루 한번이상 시간 날때마다 가서 말도 걸고 쓰다듬어주었다.
초반에는 호전되는가 했는데 이틀이 지나자 기운이 없어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또 주저앉아 울었다.
일을 하다가도 고양이 생각에 눈물을 흘리곤 했다.
입원 4일째 아침 새벽에 내 고양이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갔다.
또다시 주저앉아 오열하고 말았다.
병원에서는 매장할 곳이 있으면 그렇게 하고 그렇지 않으면 화장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묻을 곳이 생각나서 직접 하겠다고 하고
차의 조수석에 내 고양이가 담긴 상자를 싣고 운전석에 앉아 나도모르게
"제대로 돌봐주지 않아서 미안해. 고향에 데려가 줄게."
라고 말하고는 또 울었다.
260km정도 떨어진 시골 마을을 향해 차를 몰고 가서 처음 만났던 곳을 고양이가 담긴 상자를 들고 둘러보고
근처 산 밑에 차를 놓고 그떄 드는 생각들, 고양이에게 하고싶은 말을 편지를 쓴 다음 산을 조금 올라가 고양이용 참치 캔과 편지와 함께 묻었다.
나는 철저한 유물론자로서 신이던 사후세계이던 믿고 싶은대로 믿는것은 반 지성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그날은 내세에 다시 만나 이렇게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것을 만회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 위 구름위로 노을지는 하늘을 보며 저 구름너머에 내 고양이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또 삶에 회의적이었던, "이렇게 살면 뭐해" 라고 말하곤 하던 과거의 나를 반성하기도 했다.
한번 태어나면 한번 죽는건 자연의 섭리이지만 너무 이르게, 혹은 비극적으로 내가 죽는다면 나의 가족과 지인들은
지금 내가 겪는 고통보다 훨씬 큰 고통을 받겠지. 그러므로 건강에 신경쓰고 힘내서 살아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인지 돌아오자 마자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를 주웠는데 어미가 찾아가지도 않고 내가 손을 대지 않으면 죽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외면할수가 없어 우유를 주사기로 먹여가며 길렀고 지금은 매우 활발하게 뛰어다니고 성가실정도로 나에게 장난을 걸 만큼 컸다.
다시는 동물을 기르지 않으려 했지만 나를 부모로 여길지도 모를 아이를 내칠 수가 없어서
죽은 내 고양이가 내가 외로울까봐 보내 줬다고 생각하고 길러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