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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형, 미안!”
한국랭킹 1위 박정환 9단이 랭킹 2위 이세돌 9단을 꺾고 국내 1인자의 자존심을 세웠다. 특히 인공지능 알파고와 일전을 벌여 ‘돌코너’라는 별명을 얻은 이9단을 상대로 알파고 포석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박9단은 14일 중국 우한 완다루이화 호텔에서 열린 제8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 준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이9단에게 285수 만에 흑3점승(3집반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2승1패로 결승행을 확정지었다.
지난 10일 준결승 1국에서 ‘장군’을 불렀지만 12일 ‘멍군’을 당한 박9단은 흑을 잡은 이날 대국에서 알파고의 발빠른 행마로 포석을 펼쳤다. 누구보다 충분히 알파고를 학습한 이9단 역시 당시를 떠올릴 만하게 대응해 갔다. ‘이세돌-알파고’의 대결이 세계바둑사에 한 획을 그었음을 보여주는 초반 진행이었다.
승부는 초반부터 살뜰히 실리를 챙긴 박9단이 집으로 앞서 가는 가운데 이9단이 두터움을 앞세워 추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중반 좌하귀 쪽 전투에서 이9단의 공격이 실패하면서 조금이라도 흑이 편한 형세가 됐고, 이후에도 이9단의 연이은 강공을 박9단이 효과적으로 막아내면서 착실히 승리의 길을 닦았다.
이로써 박9단은 지난 대회에 이어 또다시 응씨배 결승에 진출하며 커제 9단에게 내준 세계1인자의 자리를 찾아올 교두보를 마련했다. 박9단은 지난 2013년 제7회 대회 때도 결승에 진출했지만 중국의 판팅위 9단에게 1-3으로 패퇴한 아픔이 있다.
박정환 9단 vs 이세돌 9단의 대결 맞은편에서 벌어진 또 다른 준결승 최종국에서는 탕웨이싱 9단이 스웨 9단을 157수 만에 흑불계승으로 꺾어 박9단의 결승행 상대가 됐다. 한편 4년마다 한 번씩 열려 ‘바둑 올림픽’이라 불리는 응씨배에서 한국은 조훈현이 9단이 초대 챔피언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서봉수 9단(2회) 유창혁 9단(3회) 이창호 9단(4회)이 연이어 정상을 정복한 데 이어 최철한 9단(6회)까지 모두 5차례 우승하며 대회 최다 우승국의 기록을 보유 중이다. 한국이 바둑 세계최강국의 반열에 오르는 데 한몫을 한 기전이 응씨배다.
1988년 창설된 응씨배는 대회 창시자인 고(故) 잉창치 선생이 고안한 응씨룰을 사용한다. ‘전만법’으로 불리는 응씨룰을 우리 식으로 따지면 덤이 7집반으로 다른 기전에 비해 백이 조금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승률도 백쪽이 조금 높다. 응씨배 우승상금은 단일 대회로는 최고 액수인 40만달러(약 4억6000만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