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힘」이라는 책을 출간하여 100만부 이상을 판매한 밀리언셀러의 저자는 강상중이라는 도쿄대 교수다. 재일한국인으로서 청소년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방황했던 경험을 책에 담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한다.
강상중 교수의 다른 책을 보아도 특정 국가, 민족에 대한 편견이나 공격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자신을 둘러싼 일본이라는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해야했던 경험만이 독자에게 닿을 뿐이다.
그런데도 강상중 교수는 언제 일본 우익으로부터 공격받을지 몰라 배와 가슴에 신문지를 감싸고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그저 한 인간이 자신의 치열한 고민을 책으로 써서 출간했을 뿐인데도 단지 그의 출신 때문에 일본 우익은 테러와 협박을 일삼고 있다.
일본은 스스로 선진국이라고 자부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 보면 대단히 편협하고 속이 좁은 사회다. 평범한 일본인들은 마치 세계시민으로서 보편적인 인식을 가지고 대단히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듯이 보이지만 정작 일본 우익들의 공공연한 테러와 공공장소에서의 타국, 타민족에 대한 위협적 발언에 대해선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다. 일견 평범한 일본인들은 더러운 일은 우익들에게 맡기고 있는 것 같은 일종의 역할분담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익들이 일본내 소수자들을 테러하고 제거하는 동안 평범한 일본인들은 그일을 방해하지 않음으로써 자신들은 우아한 선진국 시민인척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얼마전 일본 위키피디아를 구석구석 살펴본 적이 있다. 특히 내 관심사는 메이지 시대 일본이라는 국가가 저지른 국가적 차원의 범죄행위다. 일본인들은 쇼와시대의 침략범죄는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메이지 시대의 침략범죄에 대해선 철저히 부정하는 편이다.
조선의 명성황후를 살해했던 을미사변 항목에서도 마지막엔 "일본이 이 일에 관련되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식으로 마무리 된다. 언젠가 시간을 내서 그 증거들을 낱낱이 열거해줄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일본인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제넘게 "보통국가"가 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웃 사람들을 칼로 찔러놓고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사람은 정신병원이나 감옥에 가둬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인간이 "보통인간"으로 거리를 활보한다면 그 사회엔 정의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 세상을 정의가 없는 세상으로 만들고 싶은가?
그러나 이런 일본인들을 대하는 한국인들에게서도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발견하곤 한다. 일본과 관련된 각종 현안 문제에서 한국인과 대화를 하는 일본인들은 마치 교육이라도 받은 듯이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이 경우엔 증거를 제시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내가 목격한 바로는 증거를 정확히 제시하는 한국인을 거의 본 적이 없다.
한번은 어느 한국인이 "위안부 20만명을 강제 연행한 일본은 반성해야 한다"고 발언하자 다른 일본인이 "위안부가 20만명이었다는 증거를 제시하라. 또 강제성이 있었는지 사진을 제시하라"고 했다. 우습게도 그 일본인이 말한 사진 발언은 바로 "만화 혐한론"에 실려 있는 발언이다.(나는 만화 혐한론 1,2권을 가지고 있다)
그 한국인은 정확히 어디에서 어떻게 20만명을 들었는지 제시하지 못했다. 그저 가슴만 치며 "내가 옳은데... 내가 옳은데..." 이렇게 바보짓만 할 뿐이었다. 나는 재빨리 UN사이트와 BBC사이트에 가서 위안부 20만명에 대한 공신력 있는 발언을 캡춰해 보여주고 일본 정부가 이미 위안부 연행의 강제성을 인정했다는 신문 기사를 제시했다.
그 일본인이 내 증거제시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했는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 일본인 왈, "20만명은 조선인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므로 무효. 일본 정부의 위안부 강제 인정은 정권이 바뀌었으므로 무효."
상대의 발언을 무조건 무시할 거라면 증거제시는 왜 요구했단 말인가. 분명 그 일본인이 만났던 한국인들은 그 한국인처럼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가슴만 치며 사라졌던 것이다. 그러면 일본인은 자신이 승리했다며 득의양양했을 거라고 짐작한다. 어느새 일본인들은 한국인을 대등한 대화 상대로 인정하기 보다는 무시하고 경멸하고 퇴치해야 할 상대로 보게된 것이다.
그래서 잠시 다른 일로 인해 일본인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게 되면 일본인들은 어떤 사정이 있겠거니 생각하기 보다는 "열등한 조선인이 또 도망쳤다.wwww"라고 천박한 발언을 늘어놓는 것이다. 나도 그런 일본인을 종종 접하는데 이런 방식이다.↓
god_of_kj 11-04 22:48:01 일본어로보기
겁쟁이의 scotch는 도망해 무서워서 떨리고 있는 것 같다 www 조선인은, 어이없는 www
일본인들이 한국인에 대해 이렇게 예의없고 무례한 태도를 갖게 된 데에는 한국인에게도 일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장만 내세울 뿐 그 주장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인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것이 학습이 된 나머지 일본인들은 한국인에 대해서 이상한 편견을 갖게 된 것 같다.
여기에는 한국의 학교 교육도 많은 기여를 했다고 본다. 한국의 교육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만 암기하고 습득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더구나 교육의 내용에서도 많은 오류가 있는데도 십수년이 지나도록 일절 수정이 되지 않고 있다.
나 역시 학교에서 이런 잘못된 근대사를 배우며 자랐다. 나의 한국사 선생님은 방곡령 사건에 대해 설명하면서 "조선의 관리들은 조일수호조약의 내용을 몰랐기 때문에 함부로 방곡령을 내렸다가 배상금을 물게 되었다"고 설명하셨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 아니다. 중앙 정부의 행정과 외국과 체결한 조약을 포함한 외교 사항은 주기적으로 제작되는 "朝報"를 통해 전국의 관청에 배포되고 관리들뿐 아니라 지방의 사대부들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었다. 이 "朝報"를 통해 지방의 유림들은 국왕 고종이 개방정책을 취하고 있음을 알았고 영남만인소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함경도 관찰사 조병식은 조일수호조약에 따라 한달 전에 방곡령을 선포하고 바로 일본측에 이를 전달하려 했으나 일본이 이 문서의 수령을 회피하며 시간을 끌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나중에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함께 일본이 어떻게 더럽고 악질적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지 설명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학교 교육에서조차 선생들이 잘못된 내용을 교육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운요호 사건 당시 일본측은 일장기를 게양하지 않았고 무단으로 섬에 상륙해 주민을 살해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이에 조선측은 포격을 가해 운요호를 퇴치했는데 일본은 조선측이 일장기를 보고도 포격을 가했다며 억지를 부렸다. 조선 정부는 일본측의 주장을 듣고서야 그것이 일본 배였다는 것을 알았다.(김용구,「세계외교사」, 서울대학교출판부) 이러한 내용이 교과서에는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교과서엔 고종이 보수관료들의 무고만 믿고 독립협회를 해산시킨 것으로 나와 있으나 당시 독립협회에는 이미 일본이 깊이 관여하여 친일 성향을 띄고 있었다는 사실은 누락되어 있다. 교과서를 보고 있으면 울화통이 치밀어 참을 수가 없을 정도다.
이런 식이니 한국인들이 일본인들과 제대로 논쟁도 하지 못하는 현실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진실이 가려지지는 않는다. 일본이 저지른 추악한 범죄는 여전히 역사에 남아 있고 우리는 그것을 폭로하여야 한다. 앞으로라도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일본인들이 자국의 범죄행위를 은폐하고 누락하려고 시도하면 시도할수록 우리는 역량을 강화하고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만 한일 양국 사이에 진정한 화해가 가능해진다.
앞으로 주제를 하나씩 정해서 왜곡되고 은폐된 거짓 역사를 하나씩 상세히 설명하고 드러낼 것이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