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단 北 갑작스런 상봉행사 연기 발표에 놀라면서도 기대 버리지 않아
[머니투데이 이창명기자][이산가족 상봉단 北 갑작스런 상봉행사 연기 발표에 놀라면서도 기대 버리지 않아]
북한의 갑작스런 이산가족 상봉행사 연기 소식이 들린 다음날인 22일 상봉단 최종 명단에 오른 이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여전히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하나 남은 동생 선물 전해줄 날 오기를"

"에휴~에휴~"
황해도가 고향인 이명한 할머니(88)는 전화기 너머로 이산가족 상봉 무산 소식에 몇 차례나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통화할 땐 아흔을 앞둔 노인 같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이산가족 소식에 대해 묻자 한숨소리와 함께 목소리도 점점 희미해졌다.
울먹이는 소리 때문에 좀처럼 통화가 이어지지도 못했다. 얼마 간 기다린 뒤에야 겨우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가족의 생사여부와 동생에 대한 근황도 이번에 처음 들었다고 했다.
"5남매가 다 죽고 제일 큰 남동생 하나 남았대유. 근디 남동생이 거동이 불편해서 잘 걷지도 못한다는디..."
남동생이 몇 살쯤 되냐고 묻자 할머니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내가 스무살쯤에 얻은 동생이니까 육십 좀 넘고...그 언저리께 되겄제..."
할머니는 하나 남은 남동생에 대한 기억조차 흐릿했다. 그런데도 60년 가까이 만나지 못했던 남동생을 위해 양말과 속옷, 약 등을 사놓고 동생과 만난다는 부푼 꿈을 안고 이번 추석을 보냈다.
전날 갑작스런 이산가족 상봉 연기소식에 서운함도 드러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다시 좋아져 선물을 직접 동생에게 전해줄 거란 기대도 버리지 않았다.
"한 평생 이것만 기다렸는데 너무 맥이 빠지네유. 잘 된답니까? 제발 좀 잘 됐으면 좋겠네유. 도와주세유."
◇"60년 넘게 기다렸는데 더 못 기다리겠나"
평안북도가 고향인 박운형 할아버지(92)도 서운하지만 여전히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박 할아버지의 아들 박철씨(60)는 아버지가 "60년 넘게 기다렸는데 며칠을 못기다리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아버지가 살아계신 분과 돌아계신 분에 대한 통보를 받아서 만족은 못하더라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계셔요. 지금은 잠정중단이라 판단하시는 거 같아요. 영원히 가족상봉이 무산됐다고는 생각하시지 않습니다."
박 할아버지도 5형제 가운데 둘이 세상을 떠났고 세 명만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이번에 확인했다. 할아버지도 감으로 만든 와인과 옷, 초코파이 등을 사두고 상봉을 기대했지만 부푼 꿈을 뒤로 미뤄야 한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여전히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진 않았다.
"반드시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는 신념이 아흔이 넘은 아버지의 건강비결이죠. 다만 이산가족은 정치적인 사안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만나는 거니까 서로가 좀 양보했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그래도 정부를 믿어 보시겠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