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불상 반환,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기사입력 2013-09-29 04:06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31569
일본에서 밀반입된 부석사 불상과 관련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다. 지난 27일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일본 문부과학상과 만나 유 장관이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을 일본에 반환하겠다”고 밝혔다는 게 일본 언론들이
전하는 내용이다. 이런 보도에 원성이 쏟아졌다. ‘문체부 장관이 왜구에 약탈당한 문화재를 어떻게 돌려주겠다고 하느냐’는 비판론이
우세하다. 파문이 커지자 유 장관은 28일 발언 진의가 왜곡됐다고 해명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국제규약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해 준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문제의 불상은 1330년께 제작돼 서산 부석사에 안치돼 있다 일본 쓰시마섬
관음사로 옮겨져 있던 것이었다. 유출 경로는 불확실하나 1370년께 이 지역에 출몰했던 왜구가 강탈해갔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불상을 지난해 10월 국내 절도범이 현지에서 훔친 뒤 국내로 반입했다 들통이 났다.
일
본 측은 당장 반환하라고 아우성이다. 국내에선 원래 한국 소유였던 걸 왜 돌려주느냐는 반발이 거세다. 지난 2월 대전지법은
“일본이 정상적으로 가져갔다는 증거가 없는 한 돌려줘선 안 된다”며 불상 반환을 막아달라는 부석사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언론의 보도대로 유 장관이 성급히 불상 반환을 약속했다면 이는 잘못이다. 우리 사법부의 판단을 장관이 예단하는
꼴 아닌가.
그럼에도 아무리 유출 문화재일망정 이런 방식으로 환수하는 게 맞는지는 차분하게 따져봐야 한다. 강제
약탈을 당한 것이니 절도행위의 장물로 돌아온들 어떠냐는 사고방식은 글로벌 시각으로 봐 떳떳하지도 온당하지도 않다. 문화재 반환과
관련해선 1970년 유네스코에서 결의된 ‘문화재 불법 반출입과 소유권 양도 금지 및 예방에 관한 협약’이 가장 대표적인 국제
조약이다. 이 조약은 소재 국가의 공식 허가 없이 문화재를 가져오면 불법 반출로 규정한다. 문제는 이 협약이 소급 적용을 금한다는
데 있다. 억울하지만 이 원칙을 적용할 경우 부석사 불상은 불법 반출로 간주돼 일본에 돌려주는 게 맞다. 유의할 대목은 불상
반환 시 차제에 강탈 문화재들을 환수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국제 규범에 따라 대응하는 게 필수적이다.
일본의 양심에도 호소할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해외 유출 문화재는 15만 점에 이른다.
이 중 6만6000여 점이 일본에 있다고 한다. 일본도 강탈한 한국 문화재를 아예 돌려주지 않는 건 아니다. 2010년
조선왕실의궤를 비롯한 1200여 책을 반환한 바 있다. 한국 문화재 반환을 본격화할 상황에서 불상 한 점에 너무 집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성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을 따르는 게 떳떳하고도 제대로 반환받는 길이다. 짧은 실리와 긴 국익
사이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