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불리는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전 독일 대통령이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렸던 광복 60주년 기념 "문명과 평화" 국제포럼에 참석해 최근 과거사(過去史) 청산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한국과 일본 간의 국민감정과 신경전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바이츠제커 전 대통령은 "한국인들이 나치 정권의 만행과 침략을 반성하고 역사의 과오를 청산하는 독일의 모습을 일본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온당하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과 폴란드, 스위스, 프랑스 침공을 자행한 역사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워 하고 있다. 비록 그 전쟁의 범죄가 나치당의 권력 남용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해도 많은 독일 국민들은 나치당의 전쟁 도발과 만행이 독일 전체의 책임이라고 인식한다."라고 말했다.
바이츠제커 전 대통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수상을 비롯한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일본이 식민지 정책과 침략 전쟁을 정당한 행위로 간주하고 피해 국가를 모욕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어 "일본인들이 태평양전쟁을 서구 열강의 아시아 침략을 막기 위한 정의의 전쟁이라고 왜곡하고 도쿄 전범재판을 승전국이 패전국에게 행하는 불평등한 판정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국의 영토확장을 위해 주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합리화하는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하면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성립된 국제연맹에서는 강대국의 약소국 병합과 식민지 지배를 합법이라고 규정한 적이 없다. 세계에서 과거 자국의 침략행위를 정당하다고 여기고 있는 나라는 오직 일본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일본의 이러한 역사인식은 과거의 청산은 물론 주변국과의 미래지향적 관계에도 문제점을 일으킬 것이며 일본 스스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현상을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