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013년부터 추진해 온 주한(駐韓) 일본대사관 신축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1976년 지은 서울 종로구 중학동 대사관을 2016년 철거했다. 그 자리에 지상 6층, 지하 3층짜리 새 건물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새 일본대사관 건축 허가는 지난달 취소됐다. 대사관 측이 착공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축을 추진한 지 6년, 2015년 서울 종로구청으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은 지 4년 만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지난 2월 말 협의 때 일본대사관 측에서 "본국에서 최종 승인이 나지 않아 (건축) 허가 취소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종로구청은 지난달 4일 일본대사관에 "건축 허가 취소"를 최종 통보했다.

(왼쪽 사진)대사관 부지 앞 소녀상 - 주한 일본대사관 부지 건너편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 (오른쪽 사진)텅 비어있는 서울 한복판 주한 日대사관 부지 - 지난 5일 인근 건물에서
건축법상 건축 허가를 받으면 1년 안에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
다만 사정이 있으면 착공을 연기할 수 있다.
종로구청은 지난해 일본대사관에 "공사를 시작해 달라"는 공문을 수차례 보냈다. 종로구청은 "착공 연기 사유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지만, 일본대사관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2월 협의 때 일본 측이 건축 허가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 땅(2382㎡)은 일본 정부 소유이기 때문에 일본 측이 다시 건축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허가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1년 이상 걸린다. 대사관 부지는 현재 펜스를 두른 채 잡초만 자란 상태로 방치돼 있다.
하지만 일본대사관이 5년째 상업 빌딩에 세들어 살고, 새 대사관 신축이 사실상 중단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전직 외교관,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본 정부는 임시 대사관 사무실 임차료와 관리비로 매달 3억원, 연간 36억원 이상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 신축이 1년 미뤄질 때마다 수십억원의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건축 허가가 취소되면서 심의비 등 행정 비용도 날렸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소유인 시세 1500억원짜리 대사관 부지도 놀리고 있다.
한 일본 전문가는 "해외에 있는 일본 정부의 주요 공관이 몇 년째 빌딩에 세들어 산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출입자 통제, 보안 등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통상 큰 외교공관은 상업 빌딩에 더부살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强) 국가 중 현재 자체 대사관 건물이 없는 국가도 일본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한·일 관계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직후 상황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당시 일본대사관은 현재의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자리에 있던 반도호텔 5층에 세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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