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이 실시하는 여론조사의 신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산케이신문과 후지TV 계열의 후지뉴스네트워크(FNN, Fuji News Network)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과거 1년간의 여론조사 일부가 조사원에 의해 날조된 것이다. 이번 문제는 조사기관의 부정을 언론사가 막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관련 업계에선 있어선 안 될 일이 생겼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언론의 안이한 여론조사 관리체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그간의 여론조사를 향한 불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1년간 총 14번 데이터 날조해
후지TV와 산케이신문은 지난 6월 19일, FNN과 해당 신문사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여론조사에 날조된 데이터가 포함돼 있었다고 발표했다. 데이터 날조는 2019년 5월부터 2020년 5월 사이에 실시된 총 14번의 여론조사에서 발견됐다.
해당 여론조사는 전국 18세 이상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아베 총리의 내각 지지율과 코로나19 정책 평가, 지지 정당 등을 묻는 전화 조사였다.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양사는 작년 5월부터 총 14번의 여론조사 전화 업무를 아담스커뮤니케이션이란 업체에 위탁했다. 그런데 아담스커뮤니케이션이 업무의 절반을 무단으로 니혼텔레넷에 재위탁했고, 이 업체가 매번 위탁받은 약 500건 중 100건 이상을 전화하지 않은 채 마치 응답받은 것처럼 입력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날조된 데이터는 총 2,500건으로 전체의 17%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니혼텔레넷의 콜센터 책임자는 회사 수익을 올리고 싶었지만, 조사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후지TV는 “조사업체가 날조한 데이터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잘못된 정보를 방송해버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고, 산케이신문은 “여론조사 보도가 언론의 중요한 역할임에도, 독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깊은 사과를 전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양사는 이 여론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발표한 기사를 모두 삭제했고, 마땅한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여론조사를 당분간 중단한다고 전했다.
유력 언론사가 실시하는 여론조사 일부가 가짜였다는 사실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일본여론조사협회는 6월 25일, “과학적인 조사라고 볼 수 없는 날조된 데이터를 ‘여론’이라며 안이하게 세상에 알린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스나카와 히로요시(砂川浩慶) 릿쿄대 교수는 “여론조사가 민심을 읽어내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국민이 세상을 아는 정보가 왜곡돼 가짜뉴스가 횡행할 수 있다”며 “언론의 존재 가치를 흔드는 중대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안이한 여론조사 관리 체계
여론조사의 부정행위가 알려지면, 언론사가 지지율을 날조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가장 먼저 나온다. 이번 사건에는 극우 보수 성향의 산케이신문이 관련된 만큼, 내각 지지율을 의도적으로 높게 날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조사분석 전문가인 미하루 미츠키(三春 充希)는 자신의 여론조사 사이트1) ‘미래 선거 프로젝트’에서, 날조가 발견된 기간 산케이신문과 FNN이 발 표한 내각 지지율이 타 언론사의 것과 비교해 “추이가 여러 언론사들의 조사 결과와 비슷해 특별히 편향됐다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이번 경우는 “조사기관의 부실한 일 처리를 언론사가 막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평했다.
정확성이 보장돼야 하는 여론조사에서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그 배경에는 다음의 두 가지가 거론된다. 먼저, 언론사 내 여론조사업무의 비전문성이다. 스가와라 다쿠(菅原琢) 도쿄대 선단과학기술연구센터 객원연구원은 애초에 언론 내 여론조사 부서는 기자가 아닌 전문가를 고용해 과학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전문화돼 있었다고 한다. 이는 애초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실시한 근거와 관련이 있다. 일본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전쟁 전과 전쟁 중 언론이 친군부 자세를 취한 것에 대한 자성에서 시작됐다. 정치가에게 판단 자료를 제공해, 특정 권력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전후 민주주의와 강하게 연결돼 여론조사의 존재 이유가 돼왔기 때문이다(菅原, 2016). 그러나 오늘날 언론 내 여론조사 부서는 예전 같지 않다. 시즈메 히로미치(鎮目博道) 방송프로듀서는 “언론사의 경영 악화로 비용대비 효과가 미비한 여론조사 분야는 지금 같은 때 가장 먼저 잘려 나간다”고 설명한다. 야마다 미치코(山田道子) 전 선데이마이니치 편집장 또한 미경험자인 본인이 여론조사 부서의 실장을 맡았다며 그 실태를 꼬집었다.
다음으로 조사 환경의 악화다. 많은 언론사는 2000년대 들어서부터 전국 여론조사에서 임의전화걸기방식(RDD, Random Digit Dialing)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컴퓨터로 번호를 무작위로 조합해 전화를 거는 조사 방법이다. 휴대전화 소지율이 증가함에 따라 2016년부터는 휴대전화도 조사에 추가됐다. 그러나 집 전화 가입 건수는 점점 줄어드는데, 휴대전화로 걸면 모르는 번호라며 받지 않는 사람이 많아 표본 추출이 어렵다. 전국적인 조사 결과로 신뢰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1,000건 이상의 표본이 필요하다. 조사원들은 계속 거부당하거나 응답자의 신경질적인 태도를 감내하며 온종일 전화를 걸어야 하므로 조사 현장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 상태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는 조사원이 조사표를 날조해 표본 수를 늘리는 이른바 ‘메이킹(making)’ 방지 대책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