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지도(七支刀)
한·일 관계사 새 지평 연 임나일본부설 폐기
한국과 일본 역사학자들이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을 폐기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그동안 ‘역사’ 얘기만 나오면 감정적 대응이 주류를 이루고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빚어졌던 데 비하면 진일보한 흐름임이 분명하다. 한·일 우호와 협력의 결정적 장애물인 역사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 2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는 지난 2007년 이후 공동연구를 통해 정리한 보고서를 양국정부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임나일본부설이 허구라는 사실과 왜구의 주요 구성원이 조선인이 아니라 일본인이고, 일본의 벼농사와 금속문화가 일본에서 전래됐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을사늑약이나 식민지 근대화론, 강제징용 및 강제 공출 여부, 한일회담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아, 각자의 의견을 병기하는 선에 머물렀다.
아쉬움도 있지만 이 정도의 ‘진보’를 보여준 게 매우 다행스럽다. 특히 침략사관의 이론적 근거로 악용됐던 임나일본부설를 허위로 결론내린 것은 의미 있는 성과다. 일부 일본 사학자들은 4~6세기 일본의 야마토(大和倭) 정권이 한반도 남부에 진출하여 일본부(日本府)라는 기관을 두고 가야·신라·백제를 지배했다는 주장을 펴왔다. 당시 한반도의 문화·군사·정치 수준에 비추어 역사적 근거가 없는 억지였지만 일부 교과서에 실려 그릇된 역사관을 제공해왔다.
일본의 시대착오적 역사의식은 21세기에도 내내 한국과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여러 국가들의 분노를 야기하고 미래지향적인 국제관계 정립에 암초로 작용해왔다. 일부 정치인과 학자들은 식민지 침략 전쟁과 만행을 부정·은폐·왜곡하고 심지어 미화하는 듯한 발언으로 국제사회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본인은 ‘양심과 영혼이 없는 민족’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학계가 넘어야 할 산은 높고 험하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주제 하나하나가 쟁점이다. 일제의 식민지통치와 한일합병, 광복, 한일회담에 이르는 근현대사는 관점이 너무 다르고 갈등의 소지도 크다. 허나 임나일본부설 폐기에서 보여준 것처럼 성숙한 학문 자세만 유지한다면 망외의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21세기 새로운 한·일 관계 설정의 토대가 되도록 양국 역사학자들의 부단한 노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