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 이정찬] 어떤 스포츠 종목을 막론하고 한국에 패한 일본의 화두는 ‘리벤지(revenge)’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야구대표팀이 그랬고, 김연아에게 무릎을 꿇은 아사다 마오도 마찬가지였다. 이누카이 일본 축구협회장은 한국과 평가전 일정이 확정 된 뒤 “5월 한·일전은 리벤지 매치다”고 공언했다. 사실 일본에서 리벤지라는 단어는 복수라기보다는 무언가에 좌절했을 때 재도전한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상대에 대한 증오보다는 자신에 대한 다짐의 성격이 강하다.지난 2월 홈에서 열린 동아시아대회에서 허정무팀에 1-3으로 완패한 충격을 떨치고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에 도전하겠다는 뜻이다. 오카다 다케시 일본 감독은 리벤지 전술로 ‘파리 전법’을 택했다.
그는 10일 대표팀 엔트리를 발표하며 “표현은 나쁠지도 모르지만 파리같이 끈질기게 상대를 괴롭혀야 한다”고 말했다. 필드에 나선 선수 전원이 협력 수비를 펼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16일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를 본 뒤 이같은 생각을 더욱 굳혔다. 그는 “과연 한국팀은 사상 최상의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며 "일본 선수 전원이 파리가 되서 거듭 한국을 괴롭혀야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대표팀에는 파리보다는 ‘꿀벌’이 되고 싶은 선수가 있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CSKA모스크바에서 활약하고 있는 혼다 케이스케(24)다.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로 월드사커 등 해외언론에서도 남아공 월드컵을 빛낼 숨은 병기로 꼽은 선수다. 그는 16일 입국 기자회견에서 “수비를 하기 위해 경기장에 나가는 것이 아니다. 나의 강점은 공격력이다. 파리보다는 꿀벌처럼 상대를 공격하고 싶다”고 밝혔다.
감독의 전술에 에이스가 항명이라도 한 것일까. 오카다 감독은 혼다의 발언을 웃음으로 넘겼다. “그의 능력을 전폭 신뢰한다. 수비는 팀이 하는 것이다”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독였다. 일본 대표팀은 24일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일전을 앞두고 21일부터 소집 훈련에 들어간다.
이정찬 기자[jayc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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