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금 두렵기는 했지만 말만 하지 않으면 누구도 한국 사람인줄 모를 것이라서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십 분쯤 더 걸어서야 이윽고 수산물 시장에 도착했다.
수산물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저 사람들이 나를 집단 폭행한다면..
갑자기 든 생각에 내 가슴이 떨렸다.
그래.. 여기는 야생이다. 정신 차리자.
먼저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천황 큰 손 초밥"
저기가 좋겠다..
dayflower : 여기...여기 초밥 한 접시.. 주세요death
주인 :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손님
dayflower : (덜덜덜.. 한국인임을 들키지 않음에 안심했다.)
곧 주인은 초밥 한 그릇과 고래 고기를 식탁위에 올렸다.
나는 의아해하며 초밥만 먹기 시작했다.
그 순간,
주인 : 고래 고기는 왜 안 잡수십니까? 손님.
dayflower : 아.. 먹는 것인지 몰랐습니다.death
주인 : 쿠소! 이 놈 한국놈이구나 냄새난다! 이 놈!
순간 초밥을 먹던 손님 모두가 나를 쳐다보았다.
불안함을 느낀 나는 자리를 떠나 달렸다!
주인 : 저기 한국놈 잡아라!!
그 말에 한 할머니가 몽둥이 두 개를 양 손에 쥐고 저기 멀리서 길을 막았다.
달려가서 근접하니 몽둥이가 아닌 얼린 고래 새끼였다.
할머니는 홍어를 쌍절곤처럼 휘두르기 시작하는데...
"쐐애애애애액"
얼린 고래가 귀 옆을 스치고 지나가자마자
나의 귀에선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저런 흉기를 먹는단 말인가..
새삼 일본인들의 식성에 탄성이 흘러나왔다.
하긴, 중국인들은 썩은 두부도 먹는다는데 뭐.
여러 생각을 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할머니는 이소룡처럼 등 뒤로 돌리고 받아가며 자유자재로
고래를 돌리고 있었다.
할머니 : 문답무용!!!
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고래에서 나는 냄새인지 할머니의 입에서 나는 냄새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냄새의 자극 때문인지 순간 이곳을 벗어날 묘안이 떠올랐다.
나 : (손가락으로 반대편을 가리키며) 앗, 천황님이!!
그 말에 놀란 할머니가 확인도 하지 않고 반사적으로
왈칵 눈물을 쏟아내며 그 방향으로 넙죽 절을 했다.
할머니 : 천황님.. (흑흑)
나는 그 때를 기회로 삼아서 전력질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니 초밥 그릇을 던지며 시장 사람들이 쫒아오는데.. 정말 말도 아니었다.
고래 할머니 역시 눈물을 닦으며 쫒아오고 있었다.
고래만 잘 돌리는지 알았더니 달리기 실력도 상당했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나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대로 죽지는 않는다.. 절대로..
큰 도로까지만 나가자.. 그 때 까지만.. 달려라 내 다리야..
쓰러질듯한 몸을 가누며 큰 도로까지 죽을 힘을 다해서 달렸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정신이 몽롱해질 때 쯤 눈 앞에 큰 신사가 보였다.
저 안에 들어가면 누군가 구해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희망을 안고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린 다리를 이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흐릿해진 눈을 비비고 간판을 살펴본 나는...
희미하게 보이는 글자를 따리 읽기 시작했다..
Ya...su...ku...ni...jin....ja...
이게 무슨 일인가
자기 발로 호랑이 소굴에 들어오다니..
심장이 멈추는 듯함을 느끼며
나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형, 이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어..
조금 후 눈을 뜨면 우리 집 안방이고...
난 아침을 먹으면서 형한테 이야기할꺼야..
정말... 진짜같은 이상한 꿈을 꾸었다고...
쾅 하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꿈이 아니란걸 증명이라도 하듯 희미하게 들려왔다.
곧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인이 여기 숨었구나!"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