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삼성전자 (899,000원 7000 -0.8%) 회장이 지난달 24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을 위해 출국했다가 약 2주만인 8일 오전 7시 25분경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언급한 "제대로 된 물건"에 관심이 쏠린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87년 삼성호(號)을 이끈 이후 "아시아의 싸구려 가전업체"를 "글로벌 톱 IT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선장 역할을 했다. 당시 세계 1위가 없던 삼성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초 기준으로 TV와 모니터, D램, 대형 LCD 패널 등 11개 부문에서 1등 제품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삼성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늘 "세계 일류 기업도 하루 아침에 이류, 삼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고, 지난해 3월 24일 경영복귀 당시 "10년 후 삼성전자의 1등 제품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이날 입국장에서 경영복귀 1년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현재 맡은 것을 빨리 정상궤도에 올리고, 뛰고, 제대로 된 물건을 세계시장에 내서 그걸 1등으로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이 IT 시장을 재편하고, 바이오산업 등 고령화사회에 따른 신사업 기회 등에 대한 고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활동 등 지난 1년간을 바쁘게 보낸 이 회장이 다른 생각을 할 만큼 여유가 있지 않았다는 얘기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언급한 "제대로 된 물건"에 대해 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 있는 확실한 제품으로 1등을 차지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화이자와 같이 거대한 다국적 제약사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바이오, 의료 분야에서도 확실한 아이템으로 승부를 걸라는 당부로 해석된다. 최근 LG와 기술논쟁을 펼치고 있는 3D TV 같은 경우도 후발주자들이 추격하지 못하도록 확실한 기술우위를 확보하라는 지시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회장은 늘 "1위를 해본 사람이 다른 분야에서도 1위를 할 수 있다"며 각 계열사 CEO들에게 제대로 된 물건으로 세계 시장에서 누구도 넘보거나 부인할 수 없는 1위가 되도록 하라는 CEO들에 대한 일종의 경고를 보낸 셈이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김포공항에서 평창 유치 지원 성과를 묻는 질문에는 "당장의 성과를 바라고 다닌 것은 아닙니다. 얼굴 익히고 이야기 하고 그런 것 남기려고 가는 겁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오는 10일 허창수 전경련 신임회장 주재로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처음 열리는 회장단 정례회의에는 "참석할 예정이다"고 답했다. 이건희 회장이 청와대 초청행사가 아닌 전경련 정례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것은 드문 일이다.
이 회장은 올해 출국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4월과 5월, 7월에 출국할 예정이다"고 말해 오는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지역 선정에 앞서 지속적인 활동을 펼칠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달 24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겸 에버랜드 사장 등과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을 위해 출국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