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메모리’ 시장 주도 “인텔 아성 넘어라”
| 기사입력 2011-10-11 21:55
ㆍ스마트폰용 수요 늘어… 수출 20억달러 첫 돌파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반도체산업은 인텔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 삼성전자·하이닉스를 합치면 세계 D램 반도체시장의 65%가 한국산이다. 그러나 지난해 인텔의 매출은 403억달러로 삼성전자(279억달러)를 압도한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 반도체가 메모리 중심이기 때문이다. 한국 반도체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입지를 구축하려면 인텔의 벽을 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곽승준 청와대 미래기획위원장은 “한국 반도체산업이 살려면 메모리 비중을 낮추고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를 키워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한국 반도체산업에 난공불락의 성으로 인식된 비메모리 반도체시장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PC가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의 중심이었을 때는 인텔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신주류로 부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 시스템반도체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20억달러 수출을 돌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11일 “세계 반도체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시스템반도체 수출이 21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기 대비 39.1% 급증한 것이다. 올 1월 시스템반도체 수출은 13억달러에 그쳤다. 최근 D램 가격이 폭락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3·4분기 중 반도체 부분에서 1조5000억원가량의 순이익을 낸 것도 시스템반도체 덕분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휴대전화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AP(어플리케이션 구동칩)와 DDI(디스플레이 구동칩)가 시스템반도체 수출을 이끈 효자상품”이라며 “비메모리가 메모리반도체의 수출 부진을 만회하면서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는 PC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앞세운 인텔의 독무대였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기기가 주력 제품으로 등장하면서 한국 반도체산업에 기회가 온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2010년 삼성전자의 모바일AP 시장 점유율은 62.6%로 2년 연속 세계 1위다. DDI 분야에서도 14.9%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인텔과의 격차도 점점 줄고 있다. 스마트폰 초창기인 2008년 세계 반도체시장은 인텔이 13.7%로 1위였다. 삼성전자는 6.9%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엔 인텔이 14%의 점유율을 보인 가운데 삼성전자가 9.4%로 따라붙었다.
우남성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시스템반도체 매출이 최근 5년간 연평균 26%씩 성장했다”면서 “지난해 비메모리 분야에서만 7조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10조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AP와 (카메라용) 이미지센서 분야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텔도 사정이 다급해졌다. 최근 스마트폰용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겠다며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초기에 스마트폰용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에 인텔의 추격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스마트폰의 등장은 한국 비메모리반도체가 인텔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세계 IT 시장이 모바일기기로 이동하면서 전통적인 메모리 반도체는 일정부분 위축될 수 있다. 최근 D램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것도 PC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도 D램이 들어가지만 용량으로 보면 PC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확산으로 기존 PC의 존재감이 사라지면서 메모리 가격 급락과 시장 축소로 연결되고 있다”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구조도 메모리에서 시스템반도체로 다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과 하이닉스반도체의 메모리 생산라인도 이미 70% 이상 모바일용 D램 등으로 전환한 것으로 안다”며 “디지털TV의 등장이 TV 시장 판도를 바꿔놓은 것처럼 스마트폰의 급성장은 세계 반도체업계의 재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시스템반도체(System on Chip)
통상 비메모리반도체라 불린다. 정보를 저장하는 게 주목적인 메모리반도체(D램·낸드플래시)와 달리 정보처리 기능을 가진 반도체다.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한다.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구동하거나 멀티미디어 기능 및 게임, 이동통신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