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美 비준, 日"악몽 가까워졌다"
한미FTA 美의회 비준에 日언론, 경제계, 정부 "초조함" 내비쳐
이지호 기자
미국 상원, 하원 본회의에서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법안이 찬성다수로 통과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한국은 내년 1월 발효를 목표로 의회에서 비준 절차에 들어간다. 현재 야당 측이 한미FTA를 반대하고 있어 비준이 성사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일본언론은 하나같이 이번 한미FTA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 우려의 대상은 바로 자국의 수출경쟁력. 산케이, 도쿄, 아사히, 마이니치 신문을 비롯한 일본 유력 일간지는 모두 한미FTA로 "일본 수출경쟁력이 저하될 것", "일본의 개방이 늦어 뒤처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세계 각국에서 한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이 한국에 경쟁심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언론은, 경쟁국가인 한국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경우, 미국시장에서 일본기업이 불리하게 돼 일본경제가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한미FTA로 5년 이내에 95%의 물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는 만큼, 한국이 가격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기 때문.
일본 경제계도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 한미FTA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로 미국에서 한국업체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 제조업체다. 일본 수출 자동차의 30%가 미국시장에 수출되는 만큼, 일본 자동차 업계로서는 "최소한 한국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도요타 자동차는 한미FTA를 적절히 이용했다. 중형 세단 "캠리"의 한국에 판매할 자동차의 생산지를 일본에서 미국으로 옮긴다는 방침을 세운 것. 한미FTA가 발효되면, 관세철폐로 인해 미국에서 수출하는 편이 더 적은 비용이 든다.
일본 언론은 일본 전자제품 제조업체는 타격이 덜할 것으로 봤다. 엔고 현상 등의 이유로 생산 현지화가 진행되고 있어, 직접적인 영향이 적기 때문. 그러나, 자유무역협정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일본 언론은 전하고 있다.
일본 경제단체연맹의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도 "외화를 벌기 위해서는 경제연계를 추진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정부에 자유무역교섭을 가속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보수적인 풍토 속에서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나 EPA(경제동반자협정) 체결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일본은 싱가폴, 멕시코, 말레이시아, 칠레, 태국,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스위스, 베트남, 인도 등과 EPA협약을 맺은 상태다. 한국과의 EPA는 교섭이 중단됐으며, 호주와의 EPA는 현재 교섭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현재 9개국이 참가하고 있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현재 일본이 참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아사히 신문 "일본 경제산업성 "악몽" 회피 위해 안간힘"
경제통상정책을 지휘하는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인 2010년, 일본이 TPP, 그리고 유럽, 중국과의 FTA도 체결 못하고, 한국이 미국, EU, 중국과 FTA를 맺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이 시나리오대로 될 경우, 일본은 실질 국내 총생산(GDP)이 10.5조 엔 감소하고, 81.2만 명의 고용이 줄어든다고 한다.
14일 자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한미FTA의 미국 의회 비준으로 이 "악몽"에 한발 가까워졌다고 보고 있다.
일본정부는, 자유무역체제 형성에 있어서 앞으로 일본이 한국에 따라가기 위해서는 TPP가맹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협정 추진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일본이 TPP에 가입해야 FTA와 EPA를 체결한 국가 비율이 한국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 산업성이 한국에 대해 얼마나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이 빠른 속도로 자유무역교섭이 진행되는 데 반해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일본이 초조함을 느끼고 있는 것.
이 신문에 따르면, 노다 정권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계속 연기해왔던 TPP교섭 참가를 결단할 방침이라고 한다. 다만, 일본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 반대파가 190명을 넘는 초당파 반대서명의 움직임이 있어 TPP에 참가할 수 있을지는 예단할 수 없다.
한편, 이 신문은 한국의 TPP 가맹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을 드러냈다. 이 신문은 "가맹방침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미국과 FTA를 체결한 이상 그 장벽은 높지 않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이 (TPP에 먼저 참가해) TPP에서마저도 일본의 가맹을 심사하는 쪽이 돼버린다면, 정말 못견딜 것"이라는 경산성 간부가 밝힌 우려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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