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 258 >
현실에서든 신화이든 봉황을 능가하는 동물은 없다. 용, 백호, 곰, 거북, 삼족오(까마귀) 위에서 봉황이 날갯짓을 하고 있다.
해당 동물의 꼴을 근거로 우승열패를 가리는 것이 물형 관상법이다. 먹이사슬이 인간사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전제에 따른다.
물형 가운데 최강은 봉황이다. 200여 물형 중 으뜸이다. 이성계, 석가모니, 리펑 전 중국총리, 요 임금, 김일성이 봉황상이다.
봉황 다음은 용이다. 세종대왕, 박정희, 클린턴, 유방, 광무제, 알렉산더가 그렇다.
용 아래 호랑이가 있다. 이승만이 백호, 김구는 황호다. 맹자도 호랑이다. 주자는 맹자를 "봉황" 공자의 제자인 안회보다 낮게 쳤다. 이순신, 칭기즈칸, 나폴레옹, 인수대비, 케네디 부인 재클린, 조지 W 부시,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호랑이다.
곰은 흔치 않다. 신의주 특구 개발을 추진하다 사기죄로 징역 1 ㅇ8년 형을 선고받은 중국 어유야 그룹 전 회장 양빈 정도가 곰이다. 목이 굵고 짧은 곰상은 50세를 못 넘기고 흉한 일을 당할 수 있다.
거북 또한 희귀하다. 고이즈미 전 일본총리는 현무다. 크게 봐서 그렇지, 뜯어 살피면 현무·학·봉황·쥐·거북이 혼재된 복잡한 물형이다. 등이 특히 거북같다.
까마귀는 난센스다. 선몽을 잘 꾸고 직감이 뛰어나다는 점을 빼면 미덕이란 없다시피하다.
중국의 후진타오는 호랑이, 러시아의 푸틴은 흑표범이다. 북의 김정일마저 사자다. 우리나라 주변의 이들 맹수를 제압하거나 타이를 수 있는 물형은 봉황 뿐이다.
역사 판타지 소설 "봉황의 나라"의 작가 은영선은 봉황 마니아다. 봉황과 용이 싸우면 누가 이기느냐고 물었더니 진지하게 답한다. "전설에서는 용이 최고이지만 그 존재는 따스하게 품는 역할을 모른다. 봉황은 따스함을 품고 감동을 주는 존재로 일평생 땅에 발을 내딛지 않는다." 이토록 고고한 봉황이 상대를 안 해주니 광포한 용이 범을 건드려 용쟁호투, 용호상박이나 벌이나 보다.
위에 열거한 짐승들은 국민들이 국새에 넣었으면 좋겠다고 지목했던 것들이다.
새 나랏도장, 제5대 국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2억1500만원을 들여 만들었다. 5급 공무원(사무관) 임명장, 훈·포장증, 주요 외교문서에 찍는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첫 국새는 1961년 5·16 쿠데타의 와중에 잃어버렸다. 3대 국새는 내부 균열로 폐기됐다.
사기극을 벌인 4대 국새 제작단장에게는 공도 있다. 그 사람 때문에 국새라는 명칭이 뿌리내린 감이 없잖다. 곤보, 부새, 신새, 어보, 영새 따위의 시대착오 혹은 어려운 이름까지는 몰랐어도 옥새 만큼은 친근했었다.
마크 트웨인 작 "왕자와 거지"에서 왕자 탈을 쓴 거지 소년이 호두를 깨먹을 때 활용한 도구다. 명작동화는 많은 이들의 머리에 옥새를 각인했다. 그 옥새를 이 국새로 돌리는 데 이바지하고 그는 옥으로 들어갔다.
역시 그 남성 덕분에 이번 뉴 "그레이트 실(seal)"은 한결 휘황하고 튼튼하게 태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또 봉황을 모셔 앉혔다. 그것도 암수 봉황 2마리 한쌍이다. 손잡이 부분에 조각됐다.
국새는 물론, 서울 효자동 청와대앞 조형분수대의 주인공이 봉황이라는 점도 다행스럽다. 소설가 은영선이 부연 설명한다. "봉황은 강인함이나 권력과는 거리가 멀다. 용처럼 조화도, 심술도 부리지 않는다. 오직 5색 깃털과 5음의 울음소리만 특별할 뿐이다. 봉황이 출현하면, 누가 권력을 잡든 평화시대가 열린다. 성인이 탄생한다."

고이즈미 전 총리..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