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 제조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엔화 강세로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하면서 직접 살길을 찾아나선 것이다. 세계 경제가 휘청이는 사이 아시아 수출 국가들이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 의식도 반영됐다.
일본 IT 제조업체인 파나소닉이 첫번째 태양광 패널 공장을 말레이시아에 짓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수출에 주력했던 일본 자동차 업계도 속속 일본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스즈키는 2015년까지 중국 공장 생산량을 두배로 늘리기로 했고, 라이벌 관계인 도요타와 닛산은 "엔고(円高)로 자동차 생산 계획을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코쿠 자산운용사의 사쿠라이 유키 대표는 "일본 제조업체들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며 "앞으로 기업들은 일본에 본부를 두되 고용과 생산은 모두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지난 18일 76.88엔까지 하락했다. 그만큼 엔화 가치가 올랐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일본 정부의 대규모 엔화 매도 폭격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엔화 환율이 75엔대로 내려가면서 엔화 매도 개입을 단행했었다.
파나소닉은 "엔화 강세 영향으로 2013년 3월까지 영업이익이 280억엔(약 3억6300만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나소닉에 말레이시아에 짓기로 한 태양광 패널 공장 설립 비용은 400~500억엔으로 추산된다.
파나소닉 회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당초 일본 소재 TV 패널 공장을 태양광 패널로 전환하려고 했지만 엔화 환율 상황은 2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며 "모든 상황이 검토됐지만 일본에 머무는 것보다 해외로 나가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