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 벌어지는 축구 한일전은 타이틀이 걸리지 않은 양국 간 친선 경기에 불과하지만 팬들의 관심이 무척 큰 모양이다. 은행 창구를 통해 입장권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인기 있는 좌석이 금세 매진될 만큼 팬들의 호응도가 높아 축구협회 관계자들이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얼마 전 이 코너를 통해 ‘축구 한일전에서 느끼는 재미’라는 제목의 글을 올릴 때도 언급했던 것처럼 축구는 이제 일본이 한국의 최대 라이벌로 고착된 느낌이다.
축구 한일전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명승부전이 펼쳐졌다. 소위 도쿄대첩이라고 일컬어지는 이민성의 역전골(1977년)을 비롯해서 황선홍의 가위치기 슛(1988년), 하석주위 통렬한 중거리 슛(2000년), 안정환의 결승골(2003년)등 두고두고 회자되고 기억될 명장면이 많았다. 최근 한 포털 사이트가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축구 팬들은 이 가운데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명 장면으로 이민성의 골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은 1997년 9월28일 도쿄에서 벌어진 19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B조 3차전에서후반 10분 일본에 선제골을 내줬으나 이후 서정원 동점골과 경기종료 4분전 터진 이민성의 극적인 역전 결승골로 월드컵 본선진출의 중요한 교두보를 구축할 수 있었다.
축구 한일전은 필자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있다. 1983년 도쿄에서 벌어진 한일정기전 때의 일이다. 당시는 한일전이 매해 양국을 오가며 정기적으로 열렸고 한국이 일본을 한수 아래로 내려보던 시기였다. 지는 것은 물론 비기는 것도 생각할 수 없던 때였다.그런데 이 경기에서 한국은 선제골을 내주며 질질 끌려가다 경기 막판 김경호의 극적인 동점골로 간신히 패배를 면했다. 하지만 국내 팬들의 분위기는 싸늘했고 팀 분위기도 어둡기만 했다.이런 와중에 난처한 일이 벌어졌다. 귀국을 하루 앞두고 출전 선수 하나가 코끼리 밥통을 들고 선수단 숙소에 들어 온 것이다. 그 무렵 일제 코끼리 밥통은 주부들에게 큰 인기였고 일본을 거쳐 오는 여행객들이 너나없이 밥통을 사들고 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된 시기였다.
밥통 때문에 선수단에 긴급회의가 열렸다. 가뜩이나 경기를 망쳐 팬들의 원성이 드높은 상황에서 밥통을 들고 갔다간 더 큰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 비상 회의가 열린 것이다. 결론은 밥통을 포기하자는 것이었다. 밥통은 선수가 직접 산 것도 아니었다. 일본에 사는 친척으로부터 선물로 받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해 당시 선수단단장을 맡았던 장 모 축구협회부회장이 밥통을 포기토록 결정했다.
한일전 부진의 파편(?)은 필자에게도 떨어졌다. 필자는 그 때가 해외 첫 출장이었고 취재하는 데 필요할 것 같아 현지에서 카메라와 소형 줌 렌즈를 하나씩 구입했다. 파편은 입국장에서 떨어졌다. 세관원이 짐을 샅샅이 뒤지더니 카메라와 렌즈에 한 푼 에누리 없는 관세를 물린 것이다. 성적이 좋았으면 눈 감아 주거나 적어도 관세를 조금 덜 물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긴 게 천만 다행일 정도로 밀리는 경기를 했으니 사실 어림없는 일이었다.
곤혹을 치르기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공항 세관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선수들 짐 가방을 샅샅이 뒤졌고 관세품을 찾아냈다. 만약 그 때 코끼리밥통을 들고 왔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선수들이 쇼핑에만 정신을 팔았다며 더 큰 질타를 당했을 것이다.
아무튼 축구 한일전은 역사적인 배경까지 더해져 국민 모두에게 중요한 관심거리가 된듯하다.
일본 컴플렉스 kk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