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고, 일본이 전 세계에 가한 "테러"다
어쩌다 일본이 이렇게 되었을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선진국이면서 옛 장인 정신이 아직 많이 살아있는 나라로 알려진 일본에서 원전 관리와 지진에 대한 대비가 어떻게 저 정도로 허술할 수 있었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지진이 빈발하는 나라에 무슨 생각으로 50기가 넘는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해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세계 최초이자 아직까지 유일하게 참혹한 원폭 피해를 입었던 나라가 아무리 전력 생산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한 핵기술을 어떻게 큰 저항 없이 순순히 수용해왔을까. 뿐만 아니라, 일본은 이미 반세기 전에 미나마타(水俣)라는 비극적 재해를 통해서 근대적 산업주의 문명이 내포하고 있는 근원적인 폭력성을 뼈아프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나라가 아닌가.
일본이 전후에도 계속해서 아시아 이웃나라를 경시해온 것은 결국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마음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메이지 초기부터 일본은 아시아의 안에 있으면서도 늘 아시아의 밖에 있는 자신을 몽상해왔다.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가 제창한 탈아입구(脫亞入歐)의 사상은 아직도 일본인의 정신 구조의 근저에서 무의식중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일본은 태평양전쟁의 패배에서 역사적인 교훈을 학습하지 못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 학습의 결핍이 지금의 후쿠시마 사태라는 미증유의 재앙으로 나타난 것인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