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를 위하여]포퓰리즘에 침몰하는 일본
日민주당, 선심성 공약 대부분 폐지 지경
`퍼주기식`자녀수당, 낭비 지적..총리가 사과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올해에는 전 세계 193개 국가 중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해 무려 59개국에서 중요한 선거가 열린다. 으레 정치인들은 1%의 특권층이 아닌 99% 보통 사람을 위한다며 복지 공약을 쏟아낸다. 하지만 대부분 실현 가능성이 없을 뿐더러 실행하려면 나라 곳간이 거덜나도 모자랄 지경이다. 99%를 위한답시고 내놓은 정치인들의 `표(票)퓰리즘`은 결국 자신들, 1%를 위한 것에 불과할 경우가 허다하다. 일본 민주당 정권이 퍼주기식 공약으로 집권한 경우가 그러했으며, 각국 정치권이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불만을 포퓰리즘으로 달래려는 것이 그러한 사례다. 우리말로 `선거 공약`으로 풀이되는 매니페스토(manifesto)는 원래 `증거` 또는 `증거물`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마니페스투(manifestus)에서 나왔다. 처음 등장할 당시만 해도 낯선 용어였으나 이제 선거에 반드시 등장할 정도로 많이 쓰인다.
일본에선 이 말이 한때 정권 교체의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지난 2003년 중의원 선거에서 매니페스토를 사용하지 않은 자민당이 고전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전면에 내걸어 의석수를 40석이나 늘렸다. 당시 일본에선 매니페스토란 말 자체에 관심이 높아져 그해 연말에 `신조어· 유행어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표를 의식해 나라 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내놓는 무리한 정책은 공수표가 될 게 뻔하다. 지난 2009년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구체적인 매니페스토를 내세워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냈으나 정착 핵심 정책들은 재정 부담으로 폐지될 지경에 이르렀다.
대표적인 것이 `자녀수당`. 일본은 2010년 중학생 이하 자녀를 둔 가정에 자녀 한 명당 월 1만3000엔(18만원)씩 지급했다. 이는 민주당 정부가 2009년 선거에서 공약한 것으로 애초 자녀 1인당 2만6000엔을 지급하기로 공약했다가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절반으로 줄인 것. 지급 대상은 일본인이든 외국인이든 상관없고 저소득층이나 연간 소득 1000만엔이 넘는 부유층도 받았다.
조건 없는 선심 대책이 나오자 초등학생을 둔 가정에서는 수당으로 나오는 돈을 교육비로 쓰기보다 외식이나 여행에 지출하는 일이 늘었다. 일본 가계경제연구소가 작년 9월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일본 가계에서 자녀 수당에 쓰인 비용은 지급되기 전보다 1000엔 정도 오른 3만엔인 반면, 여행이나 외식 등에 사용되는 지출은 7000엔 급증한 4만5000엔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선 자녀 미래 교육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한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다른 용도로 사용해 세금 낭비라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민주당과 야당인 자민당 공명당은 지난해 8월 의회에서 자녀수당을 올해부터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자녀수당 폐기를 계기로 `퍼주기` 논란을 가져온 고교교육 무상화, 고속도로 무료화, 농가소득보전 등 매니페스토들도 대부분 철회하고 있다.
나라 곳간 사정을 무시한 선심정책은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권자 관심을 끌기 위해 달콤면서도 의무보다 권리, 부담보다 혜택을 강조하는 공약은 올해 굵직굵직한 선거를 앞둔 나라들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일본은 이 같은 퍼주기 정책으로 재정이 악화됐고 지난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막대한 복구 비용까지 들면서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증세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99%가 결국 1%의 헛된 약속 때문에 대우는 커녕 고생을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다.X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