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현대모비스가 회사 창립 이래 최초로 일본 완성차 업계와 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미쓰비시 자동차와 스바루 자동차에 각각 2억달러(2270억원) 규모의 헤드램프와 3300만달러(374억원)의 리어램프를 공급키로 한 것.
일본 부품업계에 즉각 비상이 걸렸다.
일본 자동차용 램프 시장의 90%를 주무르는 이치콘과 미쓰바, 코이토, 스탠리 일렉트릭이 비밀리에 머리를 맞댔다. 일본 부품업계의 "4대 천황"으로 불리는 이들은 제품 가격을 담합해 현대모비스를 필두로 한 한국 부품사들의 시장 진입을 원천 봉쇄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들의 "어두운 계약"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가격담합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곧 시정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 일본 4대 부품사들은 한국 부품사와 품질 대 품질, 가격 대 가격의 진검 승부를 벌여야 한다.
일본 자동차 부품사들이 무너지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과 엔고, 높은 현지 생산비용 등으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잃은 일본 부품사들은 안방 시장은 물론 미국에서도 한국 부품사들에 속속 자리를 내주고 있다. 가격 담합이라는 극약처방으로 한국 부품사들에 대한 방호벽 구축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법망을 피하지 못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일본과 미국에서 가격담합행위에 대한 유죄판결이나 조사를 받은 일본 주요 부품사는 모두 11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에서는 자동차용 4대 램프 업체를 비롯, 덴소와 야자키, 후루카와, 후지쿠라, 스미토모 일렉트릭, 칼소닉 칸세이 등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야자키와 스미토모 일렉트릭, 후루카와에는 전기 신호전달과 배전에 사용되는 부품인 "와이어 하네스"에 대한 담합행위로 이미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벌금 총액은 129억엔(1768억원)이다.
특히 야자키는 미국에서도 같은 혐의로 이달 1일 유죄판결을 받아 4억7000만달러(5336억원)의 벌금을 물었다. 미국에서 반독점 위반에 따른 벌금 중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이 밖에 덴소는 자동차용 난방 제어페널과 전자제어장치 가격 담합으로 7800만달러(885억원)를 지불하게 됐다.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부품사들이 글로벌 주요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일본에서 가격 담합 행위에 나선 것은 최근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무장한 한국 부품사들의 진출이 활발해지며 설 자리가 좁아진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일본으로의 첫 공급계약을 체결한 현대모비스는 올해 초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에 각각 차체 내부의 멀티미디어 제품을 제어하는 중앙통합스위치(ICS)와 LED 리어램프를 공급하기로 했다. 만도는 닛산에 현가제품(서스펜션)을 2014년부터 공급하기로 했으며 현대위아는 최근 복수의 일본업체와 공급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수익성이 높은 전장·핵심 부품으로 지난 십년간 일본 부품업계가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던 영역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과 미국에서의 가격담합 행위 제지로 일본 부품사들은 이제 한국 부품사들과 투명한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게 됐다"며 "한국 업계와의 가격 경쟁이 힘든 일본 부품사들은 이제 수익성을 일부 포기하면서 가격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4년간 동일본 대지진과 엔고 타격에 시달린 일본 자동차 부품사들의 수익성은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일본 주요 부품사들의 영업이익률은 5% 안팎인 것으로 집계됐다. 스미토모 일렉트릭과 미쓰바의 영업이익률은 5% 였으며 이치콘, 후지쿠라, 칼소닉 켄세이는 각기 3.2%, 3%, 2.5% 수준이었다. 글로벌 2위 규모 부품사 덴소의 영업이익률도 6%였다. 한 때 10%에 육박한 수익성을 자랑한 일본 부품업계였다.반면 한국 주요 부품업계의 수익성은 일본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률은 8.3%였으며 현대위아는 5.4% 였다.
주요 부품사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2차, 3차 납품사들의 수익성은 더욱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중소형 부품사들의 수익성은 둔화는 한층 심각할 것이라고 부품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더욱이 최근 한국 중소형 부품사들의 해외진출 역시 활발해지고 있어 일본 부품업계가 받게 될 압박은 2·3차 납품업체로 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20여개 부품 협력사와 함께 일본 스바루와 마쓰다에 주력 제품 전시회를 가졌으며 올해는 크라이슬러 본사에서 15개 협력사들의 제품을 전시했다.
자동차용 모터업체 B사는 "마쓰다 쪽에서 설계사양을 요청해 제품 적용을 검토 중"이라며 "조만간 실제 계약과 관련한 상담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총현장] 주총 시즌 개막, 핫이슈는?
[내손안의 스마트한 경제정보 머니투데이 모바일]
[관련 키워드] 현대모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