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악셀 실패로 세계선수권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 연합뉴스이쯤 되면 도박에 가깝다. 아사다 마오(22·일본)에게 트리플 악셀은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는 금단의 영역이나 다름없음이 입증됐다. 여전히 뜻밖의 행운을 바라는 무모한 기대심리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선수생명만 단축시킬 뿐이다.
"일본 피겨 마스코트" 아사다는 1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니스의 팔레 데 엑스포지숑에서 열린 201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 여자 프리스케이팅에서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아사다는 기술 45.01점, 예술 60.02점으로 합계 105.03점을 획득하는데 그쳐 쇼트기록(59.40)을 더한 총점 164.52점으로 6위에 머물렀다.
금메달은 유럽 피겨 간판이자 세계랭킹 1위 카롤리나 코스트너(25·이탈리아)에게 돌아갔다. 카롤리나는 기술점수 63.22점, 예술점수 65.72점을 받아 쇼트(61점) 합계 189.94점으로 사상 첫 세계선수권 정상에 등극했다. 2위는 러시아의 알레나 레오노바(184.28점)가, 3위는 일본 스즈키 아키코(180.68점)가 차지했다.
아사다의 몰락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쇼트에 이어 프리에서도 "자칭 필살기"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 점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치 복권을 사듯 "인생은 한 방"이라는 마인드로 연기에 나섰지만, 행운의 여신은 아사다를 외면했다.
새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사랑의 꿈"과 함께 빙판 위 예술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아사다는 운명의 첫 점프에서 벼랑 끝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실전 성공확률 반타작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난도 점프에 대한 과중한 부담 때문이었을까. 도약자세부터 흐트러지면서 공중 3회전 반을 1회전 반으로 소화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기본점수 8.5점짜리 "비싼 기술"은 1.1점짜리 "저렴한 기술"로 전락하고 말았다.
트리플 악셀 실패로 불어 닥친 후폭풍은 매서웠다. 첫 점프를 망친 아사다는 2회전-3회전 콤비와 단독 트리플 살코, 3회전-2회전-2회전 연결 콤보, 트리플 룹 등에서 연이어 회전수 부족을 지적당하며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
냉혹하지만 당연한 귀결이다. 아사다에게 트리플 악셀은 도저히 공략할 수 없는 레벨이 다른 영역인 까닭이다. 심적 부담감이 적은 연습무대에서 수차례 성공해도 실전에서 소화해내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 기술일 뿐이다.
무엇보다 일본 특유의 "작고 통통한" 아사다 체형과 스케일이 큰 기술 트리플 악셀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피겨 강국 일본은 전통적으로 "점프 기술"을 중시했지만, 그 속에서도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안무"가 살아있었다.
아사다와 체형이 비슷한 무라카미 카나코, 스즈키 아키코, 이마이 하루카 모두 "깜찍한 연기"로 승부를 보는 타입이다. 빙판 위 그림을 그리는 곡선이나 손이 가리키는 길, 풋풋한 표정 연기에서 참을 수 없는 귀여움이 묻어난다. 이들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일본 "로리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가 떠오를 정도다.
하다못해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아라카와 시즈카는 피겨선수 치고는 큰 신장(166cm)임에도 우아한 곡선이 돋보이는 "백만 불짜리 이너바우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물론 예외는 있다. 고난도 점프기술에 목맨, 그래서 "남자피겨 간판 기술" 트리플 악셀을 완벽히 소화했던 이토 미도리가 한 예다. 아사다는 이토를 롤 모델로 삼고 있지만, 아사다의 체형은 그와 다르다.
대신 아사다는 이토가 가지지 못한 "깜찍한 외형"을 지니고 있다. 아사다의 보조개가 살짝 들어간 미소는 웬만한 로리 캐릭터보다 귀엽다. 이를 십분 활용하는 연기로 피겨 팬들을 사로잡을 수 있으며 점수에서도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아사다는 남자 피겨선수들처럼 큰 곡선, 큰 스케일 기술에 집착한다.
아사다와 같은 신장이라도 팔 다리가 길고 얼굴이 작은 "서구 체형"의 김연아조차 전성기에도 트리플 악셀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어찌 보면 아사다의 패착은 김연아가 할 수 없는 무언가를 지니고자 하는 라이벌 의식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김연아의 "공중 3회전-3회전 콤비"에 매료된 아사다는 그 대응책으로 "공중 3회전 반"을 내세웠다. 그러나 급격한 신체변화를 겪은 지금, 두 무릎 연골이 중력을 과도하게 거스르는 트리플 악셀을 소화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트리플 악셀에게 수차례 상처받아 온 아사다는 이제 다른 짝사랑 대상을 물색할 때가 됐다. 대선배 이토 미도리가 지향한 "파워풀한 길" 대신 아라카와 시즈카의 "여성스런 미"를 추구하는 게 아사다의 장기를 극대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김연아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아사다의 몰락은 국내 피겨 팬들에게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