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정치인들과 저명한 학자들이 최근 유력 싱크탱크 주최 세미나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이 러시아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이를 러시아 언론들이 비중 있게 소개했다.
시모노프 소장은 "남북한 통합을 통한 우리의 동방특급"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반도의 정치적 리스크는 제거돼야 한다"며 "이는 남북한을 통합시킴으로써 가능하며 러시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내에서 한국 주도의 통일을 기대하는 기류는 작년 하반기부터 관측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작년 11월 공개된 러시아 국책연구소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의 특별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북한의 붕괴를 기정사실화하며 한국이 주도할 통일 한국에 대해 "아태(亞太) 지역에서 러시아의 입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반도 상황이 안정됨에 따라 "러시아가 극동에서 외교력을 높이고 지역협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든든한 협력 파트너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김일성이 스탈린의 정치적 양자(養子)였다는 점, 러시아가 북한 정권을 탄생시켰다는 점, 북·러가 60년 이상 "공생"에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현상은 다소 이례적이다. 러시아 정부 당국자들 입에선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란 말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러시아 정부 주변에서 북한이 극도로 우려할 만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과 관련, 외교 소식통은 "러시아에서 비핵화에 소극적인 북한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러시아 발전에 북한 정권이 장애물이 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수십 년간 북한과 맺어온 깊은 관계를 고려할 때 러시아 내에서 한국 주도의 통일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한반도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