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정신연령은 12살... "그래서 죄의식이 없다"
미시마 유키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순수문학계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작가다. 노벨상 후보로 세차례나 오를만큼 지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우리에겐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할복자살한 극우파로 기억되고 있다.
미시마가 사병집단인 "방폐회" 대원들을 이끌고 도쿄의 자위대 사령부에 난입한 것은 1970년 11월 25일이다. 사령관을 인질로 잡고 헌법개정 및 자위대의 "황군화"를 외치며 친위 쿠데타를 선동했다. 그러고는 배를 갈라 창자를 드러내고 그 안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그는 미국의 일본 점령기간 중 제정된 평화헌법을 "맥아더 헌법"이라고 조롱했다. 그의 헌법개정 요구가 먹혀들지 않자 이처럼 끔찍한 "하라키리"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다. 지성과는 거리가 먼 야만적인 행위였다.
미시마는 맥아더의 의회 증언을 빌미로 일본에 2차대전 전범은 없다는 궤변을 늘어놨다. 한국전쟁의 와중에서 보직 해임된 맥아더는 상원 청문회에서 일본에겐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현대문명을 기준으로 재면 일본은 12살 짜리 소년들의 나라다." 그의 비교대상은 앵글로 색슨. 백인들은 45세의 장년, 일본인은 12살 철부지로 깎아내려 미국내에서도 파문을 일으켰다.
일본을 얕잡아봤는데도 미시마는 오히려 "일본을 극찬한 발언"이라고 뒤집어 해석했다. 도쿄대학 법학부 출신답게 그는 맥아더의 이 발언을 물어뜯었다. 12살 짜리는 아무리 죄질이 나쁜 범죄를 저질렀어도 형사처벌대상이 안 된다는 것이다.
맥아더 논리대로라면 2차대전이라는 것도 12살짜리들이 전쟁놀이를 한 것 뿐이어서 당시 군부 지도자들을 A급 전범으로 처형한 것은 형사법상 부당하다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미시마는 NHK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일본이 너무 늙어 지팡이가 필요할 줄 알았는데 12살짜리라는 지적에 너무 기뻤다"고 비아냥댔다.
맥아더가 귀국하던 날 하네다 공항 연변에는 백만의 인파가 몰려 "아시아의 시저"를 배웅했다. 그가 떠난 후 일본에선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맥아더 동상건립 캠페인이 벌어졌다. 일본의 민주화와 경제부흥을 이끌어낸 맥아더는 당시 일왕과 맞먹을 정도로 신격화되다시피 했다.
그런데 "12살 발언"이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이후 동상건립은 없던 일로 됐고 맥아더는 일본에서 역사 속의 인물로 사라졌다. 그가 일본을 비하하지 않았더라면 도쿄 중심가엔 지금쯤 동상이 우뚝 서 있을지도 모르겠다.
작금의 상황을 둘러보면 일본의 지도층은 철부지나 다름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맥아더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돈을 줄테니 뉴저지주의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를 철거해 달라는 등 떼를 쓰는 것만봐도 그렇다.
한 전직 총리는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었다"며 발뺌을 하고는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선 "인간으로서 총리로서 죄송하다는 생각"이라고 딴 말을 했다. 위안부들에게 할 사과를 엉뚱하게 미국 대통령에게 했으니 하는 짓이 딱 12살 짜리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요즘 독도와 센카쿠(중국에선 다오위다오)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일본이 주변국들과 좌충우돌, 긴장국면을 조성하고 있다. 죄의식이 없는 12살 아이들이어서 필시 또 무슨 사고를 칠 것 같은 불길한 예감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