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추운 날씨에 어깨를 움츠린 채 서울 이태원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도 불구하고 국내 거주 외국인들 일상에는 변화가 느껴지지 않고 있다. <김재훈 기자>
오는 17~19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대구 국제안경전(DIOPS)을 준비 중인 정광용 조직위원회 부장은 10일에도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대화를 하다가도 연신 이메일을 확인하느라 눈길을 스마트폰으로 돌렸다. 참석을 약속했던 바이어가 혹시라도 못 온다는 연락을 할까 봐서다.
국내 유일의 안경전문전시회인 대구국제안경전에는 국외 바이어 800여 명이 참가를 약속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북한 위협이 고조되면서 일주일 사이에만 중국ㆍ일본 바이어 등 12개 업체가 참가를 돌연 취소했다. 다행히 부스 설치를 계획한 업체들은 취소 사태가 없지만 북한 위협이 고조되면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어 정 부장은 불안하기만 하다.
정 부장은 "북한 위협이 사실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이런 일이 닥치니 정말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을 상대해야 하는 기업들은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피부로 느껴지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들 예약 취소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평소 10% 정도였던 예약 취소율이 최근에는 30%까지 상승했다. 특히 15일을 전후해 예약을 취소한 사례는 이미 10건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시내 호텔들 역시 온종일 한국 상황을 묻는 전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 세종호텔 관계자는 "예약을 취소하면 페널티가 있기 때문에 막상 취소를 하는 사람은 적지만 취소 문의 전화가 많이 와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로 베스트웨스턴호텔 관계자는 "평소보다 예약률이 30% 정도 떨어져 방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외부에서 느끼는 불안보다 크지 않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와 유럽상공회의소 등 외국상공회의소는 회원사들이 특별한 동요 없이 평상시대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미 잭슨 암참 대표는 "암참과 암참 회원사들은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를 유지하며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참은 일부 회원사로부터 사태 전개 방향이나 대응책 등에 대해 문의를 받으면 "동요하지 말고 기존 사업활동을 계속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한외국은행단 회장을 맡고 있는 방효진 DBS은행 서울지점 대표는 "본사에 한국 상황이 심각하지 않고 전쟁이 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신을 통해 연일 남북관계에 관한 심각한 뉴스가 나오다 보니 국외에 있는 가족과 회사의 연락이 더 빈번해지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유학생 테리카 버틀러 씨(23)는 "미국대사관 측에서 이번 위협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밝혀 안심하고 있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여권을 항상 소지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한양대 기계과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퍄오밍광 씨(21)는 "같이 공부하던 중국 유학생들 중에는 이미 중국으로 돌아간 친구도 있다"며 "나도 언제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태평한 한국의 현재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