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건국기념일인 11일 오후, 도쿄 다카다노바바 역 부근에서 천황제 폐지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반대를 외치는 시위 행진이 있었다.
"지금 묻는 야스쿠니 문제 - 2·11 반기원절 행동실행위원회", "반천황제운동연락회"를 비롯해 일본의 여러 진보 시민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시위대 약 80여 명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약 1시간 동안 거리를 행진했다.
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신주쿠 구 그리스도교회관을 출발해 와세다 도리를 지나 다카다노바바 역을 향하며 "천황제 반대", "기원절 반대", "기념일 필요없다", "야스쿠니 필요없다", "천황제 반대"를 외쳤다.
▲ 20140211 반기원절, 반천황제 시위 ©JPNews시위대가 이날 굳이 시위를 연 것은, 바로 일본의 건국기념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진무 천황의 건국신화에 기초한 기념일이다. 이에 반대하는 의미에서 이번 시위를 열었다."
시위 개최자 신 코이치 씨의 말이다.
일본 고사기(712년)와 일본서기(720년)는 진무 천황(기원전 660년) 때부터 천황제가 시작됐다고 적고 있다. 일본서기에 나온 진무 천황의 즉위날이 바로 2월 11일이다. 이날은 1872년, "기원절"로 지정됐다.
진무 천황은 실존인물이 아니며 관련된 이야기도 일종의 신화인데, 진무 천황이 전쟁을 통해 건국했다는 "진무동정" 이야기는 일본의 만주사변이나 태평양 전쟁 때 충군애국 교육에 이용되기도 했다.
패전 직후 기원절은 폐지됐으나 곧바로 건국기념일 제정 논의가 진행됐다. 진무 천황 즉위 연월이 역사상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학문적 검토가 필요한 점, 진무동정 이야기가 전쟁에서 충군애국 교육에 이용됐다는 점에서 반대 견해가 많았다.
이는 신 씨의 견해와 동일하다. 그러나 결국 1966년, 건국기념일 법안이 제정됐다.
▲ "기미가요, 일장기 필요없다" ©JPNews신 씨에게 평소 천황제에 반대하는 이유를 물었다.
"분명 지금의 천황제는 전쟁 전의 천황제와 다르다. 하지만 분명 연속성이 있다. 더구나 천황은 전쟁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이런 정치상황에 절대 반대한다"
"천황제가 있으면, 결국은 일본을 민족주의로 물들게 한다. 아까 우익들이 시위대에 뛰어들거나 하는데 이들은 모두 천황주의자들이다. 지금의 천황이 이런 우익들을 좋아할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런 상황이다"
현재 일본에 불고 있는 민족주의 바람, 그리고 혐한시위대 등 배외주의 단체들의 근원이 바로 천황제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아베 정권의 우경화와 자위대의 군대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이처럼, 신 씨와 시위대 참가자들은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 천황제 문제에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필자가 물었다. 이런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일본에 얼마나 되냐고.
"우리가 압도적인 소수파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이날 시위 경로에는 시위대보다도 많은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천황을 신성시하는 일본 극우세력들이, 천황제를 반대하는 이들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 극우단체 회원들(오른쪽)을 막아서는 경찰병력. 극우단체들은 "너네는 일본인 아니냐. 우리를 막는 게 아니라 저놈들(시위대)을 막아야 하지 않냐"며 경찰에 분노를 쏟아냈다. ©JPNews실제 이날 시위 도중 몇몇 극우단체 회원들이 시위대로 돌진하려하고, 경찰들이 이를 막아서는 장면이 여러번 연출됐다.
그러나 이날 시위 규모가 작아서인지 우익단체회원들의 수도 많지 않았고, 워낙 경찰인력이 많아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 "천황제 해체", "기원절 반대" ©JPNewsw w w w w w 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