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경쟁력·원가절감 효과… ‘불황형 흑자’ 아니다
기사입력 2014-06-27 20:08
원화 강세에도 27개월째 흑자행진 왜…
원화 강세(환율 하락)로 수출업계에 한숨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수출 성적표는 좋기만 하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경상수지 흑자는 93억달러. 27개월째 흑자 행진 중이다. 쏟아지는 걱정과 달리 수출은 순항하고 있다. 흑자 규모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보다 크다. 1∼5월 누적 흑자가 315억달러로 지난해 동기의 247억6000만달러보다 67억4000만달러 많다. 그 이전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커진다. 2012년 1∼5월 흑자는 46억1000만달러로 올해 실적의 7분의 1에 불과했다. 2011년(186억6000만달러), 2010년(288억5000만달러)엔 연간 실적조차 올 1∼5월 실적에 한참 못 미쳤다.
이 같은 내용의 ‘5월 국제수지’가 발표되자 한은 기자실에선 ‘불황형 흑자’ 논란이 일었다. 1∼5월 수입이 2242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53억달러에 비해 0.5% 줄었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불황형 흑자란 경기가 침체해 수출도 줄고 수입은 더 줄어 발생하는 흑자를 말한다. 그러나 1∼5월 수입 감소의 내용을 보면 불황형 흑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원자재, 중간재 수입이 약간 감소한 반면에 소비재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늘었다.
노충식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자동차, 스마트폰 등의 해외생산이 확대되면서 원자재·중간재 수입이 줄어든 것이고, 또 소비재 수입은 증가한 만큼 불황에 따른 수입 감소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1∼5월 수출은 2620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20억7000만달러보다 3.9% 늘었다. 품목별로는 정보통신기기 9.9%, 반도체 9.8%, 승용차 7.1%, 철강제품 6.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원화 강세 속에서도 대규모 흑자 행진을 잇는 비결은 무엇인가. 한국 수출품의 경쟁력 강화와 환율이 수출에 끼치는 영향력 감소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환율 변동이 수출가격에 끼치는 영향력은 현저히 줄었다. 원·달러 환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 1990년대엔 수출단가가 0.45%포인트 떨어졌다면 2000년대엔 0.26%포인트 하락으로 확 줄었다. 반대로 환율 하락이 수입가격 하락에 끼치는 영향은 1990년대 0.686%포인트에서 2000년대 0.996%포인트로 커졌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강화 효과가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누릴 수 있는 수출 경쟁력 강화 효과는 줄고, 환율 하락으로 누릴 수 있는 물가 하락과 원가절감 효과는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하락을 위축된 내수 회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상당수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연결되는 설명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80원 내린 1013.40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8년 7월31일(1012.20원) 이후 5년11개월래 최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