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9일 오전 나이지리아 라고스 시내. 서아프리카 최대의 IT전문상가 컴퓨터 빌리지(Computer Village)는 3㎞ 넘게 수천 명의 사람들과 전자 제품들로 넘쳐났다. 거리 곳곳은 IT제품을 담은 컨테이너가 점령했다. 1000여개에 이르는 가게에서는 점원들이 IT제품을 2m 넘게 쌓아놓고 손님을 불렀다. 주로 한국산 TV와 휴대전화였다. 매장에서 LG전자의 TV를 둘러보던 암브로스 에세데(Esede·39)씨는 "일본·미국제품보다 낫다"며 "집에 있는 전자 제품을 2년 전부터 모두 LG로 바꿨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세계 전자 업체들을 뒤흔들고 있지만, 나이지리아에 있는 LG전자 서아프리카 법인은 불황을 모른다. 98년 설립된 서아프리카 법인 매출은 2005년 1억달러에 불과했지만 3년이 지난 2008년 3억5000만달러로 불어났다. 냉장고, 에어컨, 평면 TV를 비롯해 6개 가전 분야에서 나이지리아 시장 점유율 1위다. 특히 브라운관 TV와 홈시어터 판매량은 LG전자 전 세계 법인을 통틀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 개척도 난관의 연속이었다. 손동곤(37) 과장은 지난 12월 초 라고스 시내에서 교통 정체로 자동차를 잠깐 세운 사이에 한 행인이 1m 가까운 쇠갈고리로 유리창을 박살내고 뒷자리의 노트북 PC를 가져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다. 실제로 시장 규모만 보고 직원을 보냈던 많은 경쟁 기업들이 철수했다. 그러나 LG전자는 결국 끈질기게 시장에서 버텨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교체 없이 4~5년간 현지인들과 함께 호흡한 것이다. 치안이 우려되는 밤에도 차를 달려 거래선(딜러)들을 만났고, 수입 규제가 검토되자 지난해 라고스에 가전 조립공장을 세웠다.
오이성(49) 부장은 LG 직원들의 "끈기"를 짤막한 신조로 설명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우리의 제1수칙은 "이곳에 의문을 제기하지 말라"였습니다. 제2수칙은 "그래도 이상하면 제1수칙으로 돌아가라"였구요."
LG전자 직원들의 끈기는 성과로 보상받고 있다. 지난해 팔려나간 생활가전 제품이 25만대, 홈시어터가 35만대에 이른다. 브랜드 인지도도 90%에 달한다. LG전자 서아프리카 법인은 불황에도 오히려 올해 시장 확대를 목표로 잡고 있다. 홈시어터 판매량의 경우 판매 목표가 올해의 3배인 100만대다. 박 법인장은 "시장 1위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에는 휴대전화와 홈시어터 판매를 대폭 늘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