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 앞에 제단 설치
건호씨 절할때 주변 울먹
소설가 조정래씨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 분향소가 차려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는 휴일인 24일에도 조문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봉하마을 들머리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려고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로 2㎞가량 장사진을 이뤘다.

폭 10m 크기의 철제 구조물로 만들어진 공식 분향소에 수천 송이의 국화로 꾸민 제단이 설치되자,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의 영정과 위패를 제단 위에 안치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술을 따른 뒤 절을 올렸고, 이해찬 전 총리가 참여정부 인사를 대표해 헌화한 뒤 일반인들의 조문이 시작됐다. 노건호, 노정연씨 등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마을회관 안에 별도로 마련된 가족 분향소에서 친지들의 조문을 받았다.
이날 전국에서 밀려든 조문객들은 차량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봉하마을 들머리에서 2㎞ 이상 줄지어 걸어서 분향소를 찾았다. 오후 1시30분도 안 돼 마을회관에서는 "오늘 조문객들을 위해 준비한 점심식사가 이미 바닥이 났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조문객들이 찾아와 모든 분들께 점심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내용의 안내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오후 2시20분께에는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져 조문객들이 당황하기도 했지만, 조문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빗줄기가 굵어지자 누군가가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부르기 시작했고, 다른 조문객들도 하나둘씩 따라 부르면서 노랫소리는 점점 커졌다. 몇몇 여성들은 노래를 부르며 얼굴이 빨개지도록 눈물을 흘렸다. 일부 조문객들은 비가 내리자 감정이 격해진 듯 조문을 끝내고 나오면서 큰 소리로 울기도 했다.
앞서 오전 9시30분께에는 해인사 주지인 선각 스님을 비롯해 350명의 해인사 스님들이 조문을 마친 뒤, 분향소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2시간여 동안 소리 내어 "금강경"을 외웠다. 선각 스님은 "노 전 대통령이 이렇게 비통하게 운명한 것에 대해 해인사 대중 모두는 너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노 전 대통령을 이렇게 모신 것을 참회하는 뜻에서 독경을 하러 왔다. 독경을 통해 왕생극락을 빌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 가운데에는 대하소설 < 태백산맥 > 의 저자인 소설가 조정래씨도 눈에 띄었다. 헌화를 마친 조씨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개혁을 추진했고 특히 휴전선을 넘어 10·4 남북공동성명을 이뤄낸 업적은 길이 남을 것"이라며 "고인의 결백을 믿는다"고 애도를 표했다. 경남 이주민연대회의 소속 40여명의 이주노동자들도 분향소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