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되는 저출산 현상은 노동의 불안정화가 생애 위험을 생산하는 ‘위험사회’의 결과이다. 울리히 벡에 따르면, 이 위험사회에서는 분배나 평등이 더 이상 계급 간 불평등의 문제가 아니며,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에 대한 광범위한 일반 시민의 불안의 문제로 변모된다. 개인이 삶에서 체험하는 생애 위험에 대해 사회가 적절한 제도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라이프스타일의 선택을 통해 생애 위험에 대처하는 ‘개인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벡의 통찰은 우리 사회 청년층의 변화를 정확히 설명해 준다. 청년층에 만연한 불안정한 삶, 그 기저에 깔린 불안, 그리고 비혼의 선택과 저출산은 사회적인 문제가 사생활의 개인적 충돌이라는 형태로 미시화되어 나타난 위험사회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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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의 도래 전에 사회 변화의 동력이 경제적 불평등이나 빈곤에 의한 ‘나는 배고프다’라는 생각이었다면 위험사회에는 이것 대신에 ‘나는 불안하다’..
근대에서 성장이 위험을 압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 근대에서의 위험은 ‘무릅쓸 수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험이 사고로 이어졌을 경우라도 그 영향은 국지적 시공간을 넘어서지 않았기 때문에, 무릅쓸 수 있는 위험은 성공을 위한 일종의 관문으로 여겨졌다. 기술문명이 발전할수록 물질적인 풍요는 늘어났지만 정작 삶은 불안하고 위태로워지는 상황이 전개
이런 식의 위험 개념은 근대 산업 문명의 발달과 함께 유지되기 어려워진다. 기후변화나 원전 폭발과 같은 ‘무릅쓸 수 없는 위험’들이 인간에 의해 생산되기 때문이다. 이런 파국적인 위험의 생산은 부의 생산과 충돌을 일으킨다.
한국은 위험사회인가
한국에서 벡의 위험사회론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부터였다. 한국이 이후 대구지하철 화재나 세월호 침몰 등 대규모 사고가 계속되고 ‘사고 공화국’이라 불릴 때마다 한국에 벡의 위험사회론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역사적 전통과 문화적 특성, 산업화의 속도가 다른 서구사회의 경험에서 나온 위험사회론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었다.
이에 벡이 제시한 위험사회의 개념을 변용해 한국의 상황을 분석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론은 노사정위원회 김대환 위원장(전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의 ‘이중 위험사회론’이다. 김 위원장은 한국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두 가지 성격, 합리성의 급진화로 인한 ‘위험사회 위험’의 성격과 합리성의 부족으로 인한 ‘위험사회 이전 위험’의 성격을 동시에 띤다고 설명한다.
위험사회 위험은 근대화를 성취한 이후의 서구사회의 맥락에서 논의되는 데 반해 한국사회는 근대화가 제대로 성취되지 못했다는 점이 이론을 뒷받침한다. 근대화란 산업화뿐 아니라 정치의 민주화, 사회의 합리화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인데, 한국은 특유의 돌진적 산업화로 인해 민주화, 합리화가 결여됐다고 평가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그의 논문 「돌진적 성장이 낳은 이중 위험사회」에서 ‘(돌진적 산업화는) 민주화와 합리화를 경제성장의 사치재로, 심지어는 그 장애물로 간주하기 쉽다’며 ‘정치적 민주화와 사회적 합리화는 한국 사회에 아직까지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산업화의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서구사회에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발전해, 고도기술이 생산하는 위험 즉 위험사회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민주화, 합리화의 영역에서 한국은 근대화가 덜 진행돼 아직도 위험사회 이전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장경섭 교수(사회학과)는 한국사회를 ‘복합위험사회’로 진단한다. 복합위험이란 선진국형, 후진국형 및 한국형 위험이 공존한다는 의미다. 복합위험사회에선 합리성의 급진화로 인한 선진국형 위험, 긴급 대피 및 복구 체계의 미비로 인한 후진국형 위험에 한국 특유의 속도 효율을 중시하는 날림형 위험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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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위험에도 바퀴벌레 처럼 출산하는 일본인도 있지만 몽키가 아니라면 인간이라면 위험한 사회라는 것을 납득하고 출산은 또 다른 위험이라고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