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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의 초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되면서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장중 1달러당 136엔대 후반까지 상승했다(엔화 가치 하락). 이는 1998년 10월 이후 최고치이다. 전날 뉴욕시장에서도 엔화 가치는 주요 10개국 통화 가운데 유일하게 떨어졌다.
엔화가 달러화 대비로 약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일본은행의 정책 차이 때문이다. 연준이 통화 긴축 정책을 펼치는 반면 일본은행은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면서 엔화 매도세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엔저 심화에 따라 물가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느끼는 부담감도 확대된다. 스즈키 순이치 일본 재무상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에 보이는 급격한 엔화 약세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일본은행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더욱 긴장감을 갖고 외환시장과, 그것이 경제와 물가가 미치는 영향을 주시할 것”이라며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선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달러-엔 환율이 지금보다 10% 더 올라(엔화 약세) 140엔을 넘어선다면,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를 촉발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 약세, 참의원 선거서 야권의 무기될 것”
엔화 약세는 다음달 10일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을 공격할 무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엔저가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야권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대 야당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는 ‘기시다 인플레이션’이라며 기시다 총리가 최근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유도했다는 뉘앙스로 공격하고 있다. 이즈미 대표는 “현재 인플레이션은 연료 가격 상승과 엔화 약세에 따른 것”이라며 “연료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는 것은 어렵지만 엔저를 계속 무시할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은행의 초완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며 높은 금리는 중소기업과 주택담보대출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환율에 미치는 효과는 강력하지만 중소기업과 영세업체들, 그리고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에도 영향을 끼친다. 다시 말해서 경제 전체에 강력한 효과를 준다”고 했다.
일본은행 “정책 변화 없다…금융완화가 오히려 성장에 마이너스”
일본은행은 지난 17일 금융정책 결정 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기존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정책 결정 회의 즈음 달러당 엔화 가치가 135엔으로 떨어진 데다 7~9년물 국채 금리가 10년물 국채 금리를 웃도는 왜곡 현상이 나타나자 일각에서 일본은행이 정책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익률곡선 제어 정책을 폐지하거나 금리 제어 목표 대상을 10년물보다 단기화하는 등의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현행 정책의 강화였다. 일본은행은 10년물에 이어 7년물 국채도 지정가 국채 매입 오퍼레이션 대상에 추가하는 등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오히려 강화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원료비, 임금 등 비용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경기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며, 금융완화를 수정하면 “경제 성장에 큰 마이너스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목표하고 있는 물가 상승과 다르다”며 “지금의 물가 상승은 오히려 경기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금융 긴축이 발생해 경기를 더 압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