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도는 ‘거짓말’이라는 또 다른 감염병
“거짓말과 부정행위는 전염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Dan Ariely) 듀크대학교 교수의 일갈이다. 인간을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며 계산적인 존재로 보는 주류경제학은 “인간은 ▲거짓말로 얻는 이익과 ▲거짓말이 들통 났을 때 입는 손실을 정교하게 계산한 뒤 거짓말 여부를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의 관점은 완전히 다르다.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그 중 내 주변 사람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즉 거짓말은 전염성이 매우 강한 일종의 감염병이다.
또 한 가지, 사람은 주류경제학의 시각과 달리 자신을 위한 거짓말보다 내 공동체를 위한 거짓말에 능숙하다. 공동체를 위한 거짓말이라면 그것이 설혹 거짓이어도 죄책감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애리얼리는 이를 ‘이타적 부정행위’, 혹은 ‘협력적 부정행위’라고 부른다.
요즘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한 일본 정부와 국민들의 태도가 딱 이것이다.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 정부가 어떻게든 코로나19 사태를 축소하려 악을 쓰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한국이 2만 명을 검사하는 동안 일본은 고작 1,500명을 검사했다. 일본의 확진자 숫자가 적은 이유다.
게다가 일본 언론도 장단을 맞춘다. 전 세계가 한국의 코로나19 진단 및 방역 시스템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데도 일본 언론은 “한국에서 의료붕괴가 나타나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펼친다. 한국이 너무 많은 사람을 검사하는 바람에 의료 공백이 생겼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저널」은 11일 “너무 많은 사람을 검사한 한국과 달리 검사를 제한한 일본 정부의 결정이 지혜롭고 용기있다”는 황당한 논리까지 펼쳤다. 검사를 덜 하는 게 용기 있는 결단이라는 거다. 왜? 더 용기백배하여 아예 검사를 완전히 생략하시지?
한 발만 떨어져서 보면 그야말로 멍멍이 소리인데 이 사람들은 이걸 진짜 진지하게 믿는다. 이게 바로 거짓말의 전염성이다. 애리얼리는 “거짓말이나 범죄는 딱히 나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남이 거짓말을 하면 따라서 쉽게 거짓말을 한다”고 말한다.
아베 정권이야 도쿄 올림픽과 정권 지지율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쳐도, 언론과 국민들이 이 멍멍이 소리에 침묵하거나 동조하는 것은 아베 총리의 거짓말에 전염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의 마음속에는 ‘이건 국익을 위한 거야’라는 ‘이타적 부정행위’의 명분까지 갖췄다. 그러니 이들에게는 “한국은 의료 붕괴, 일본은 용기 있는 결단”이라는 헛소리마저 자연스럽다.
나는 진심으로 일본이 감염병 사태를 훌륭하게 이겨내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국익이라는 이름 아래 없는 사실을 만들고, 이웃 국가를 헐뜯고, 진실을 왜곡하는 저 아베 정권의 행태는 실로 우려스럽다. 그리고 또 국익이라는 이름 아래 그 거짓말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일본의 ‘거짓말 전염병’도 매우 걱정스럽다.
진실을 마주하지 않으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일본이 진짜 걱정해야 할 일은 어쩌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이 아닐지도 모른다. 역사 앞에 걸핏하면 거짓을 일삼는 일본의 보수정권, 그리고 그들의 거짓말에 전염돼 단체로 이상 증상을 보이는 일본의 집단지성이 더 한심하다. 바이러스 감염병이야 치료제를 개발하면 해결되지만 저런 집단적 거짓말 감염병은 치료할 약도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