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한결 기자] 일본이 올해 들어 역대급 엔저(엔화 약세)와 물가상승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은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이 긴축 통화정책을 취하는 것과 달리 금융 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일본 경제의 타격은 물론, 아시아 전반에 경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엔화는 올해 14% 하락을 기록하며 꾸준히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13일 아시아 외환시장에 따르면 엔화는 달러당 134엔 후반까지 상승해 20년 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년만에 최고치인 기록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엔저 현상은 일본은행이 금융 완화정책과 저금리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이 긴축 통화정책을 예고한 만큼, 앞으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은 이번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빅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며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7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을 시작으로 9월에도 잇따라 인상할 계획이다.
더불어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가 상승하자 원유를 구하기 위해 달러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엔화의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달러/엔 환율이 150엔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보통 엔저는 달러로 거래하는 일본의 수출 기업들에게 수익이 늘어 일본 경제에 호재로 작용했다. 또한 엔화가 싸지면 이를 사용하기 위해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도 늘어 관광 수익도 증가할 수 있다.
이에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엔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엔화 의 약세가 이어질 전망이라 지금이 엔화 예금에 투자할 시기라는 의견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4964억원이었던 엔화 예금 잔액은 올해 4월에 6044억엔으로 약 2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엔저 현상은 미시적으로는 엔화를 사용하거나 투자하는 사람들에겐 기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본다면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경제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골드만삭스 수석환율 이코노미스트였던 짐 오닐은 달러/엔 환율이 150엔에 도달하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급으로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엔이 계속 약세를 이어가면 중국은 이를 불공정한 경쟁우위라고 판단할 것이다”며 엔저에 대한 중국의 개입을 예상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감에 따라 엔저현상에 따른 기업 실적 증가와 경제 호재는 수입 가격의 인상으로 옛말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무역통계에 따르면 수출에서 수입을 차감한 무역수지는 8392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9개월 연속 무역적자로 원유가격 상승등으로 수입액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4월에는 7년 만에 처음으로 물가가 2%가 넘게 올랐다.
이에 일본 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엔저는 더 이상 일본 경제의 호재가 아닌 경제의 악영향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일본의 경제단체인 경제동우회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일까지 회원사 경영자를 대상으로 현재의 엔저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마이너스’와 ‘약간 마이너스’ 등, 악재라고 답한 이들이 73.7%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일본 가계의 물가 인상 허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일본이 물가 상승을 감당할 여력이 있”다고 주장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하루 만에 사과한 바 있다. 일본 국민들도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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