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깃밥 한그릇 ‘2490원’···일본 초유의 ‘쌀 실종’ 사태
입력2025.03.16. 오전 9:00 수정2025.03.16. 오전 11:37
■농업 정책 손 뗀 일본 정부, 이번 사태 초래
일본 정부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카모토 농수상의 안일한 태도가 보여줬듯이, 농림수산성은 지난해 비축미 반출을 피했다. 유통업자들에게 재고분을 풀라고 촉구했을 뿐이다. 에토 다쿠 농림수산대신은 지난 1월에도 “농림수산성은 솔직히 새 쌀이 나오면 시장이 진정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농산물 생산량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견해도 있다. 농림수산성 관료 출신인 와타나베 요시아키 니가타식량농업대 명예학장은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주간문춘)`에서 “과거 수만명에 이르던 쌀 통계조사원이 예산 등 문제로 숫자가 줄어 현재 매우 작은 표본으로 전체 쌀 생산량을 추측하고 있다”며 “쌀 생산량과 유통량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쌀 수급 관리를 점차 민간 시장에 맡기면서 가격 통제가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극심한 식량난을 겪었던 일본은 원래 쌀 시장을 강하게 통제했다. 1942년 식량관리법을 제정해 쌀 생산, 집하, 배급량을 사실상 정부가 모두 계획했다. 생산이 과해지자 1971년에는 정부가 논 면적을 정하고, 이로 인해 농사를 짓지 못한 이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감반제도를 도입했다.
쌀 수요가 줄고 외국과 무역협정을 하나둘씩 체결하면서 일본은 점차 쌀 관리에서 손을 놓았다. 식량관리법은 1995년 폐지했다. 2018년 감반제도도 없애면서 쌀 생산 계획은 중앙정부가 아닌 각 지자체가 농가와 협의해 결정하기 시작했다. 변동직불금(목표 가격 미달 시 차액 일부 지급)과 고정직불금(재배 면적당 주는 보조금)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농업이 `각자도생` 기조로 접어들면서 농민 조직력도 약해졌다. 이는 생산자·정부보다 유통업체가 물건 가격을 정할 권한이 더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케이신문은 과거 식량관리제도 시대에 쌀 전체 생산분 중 JA가 집하한 비율은 약 90%에 달했지만, 유통망이 다양화된 현재 50% 정도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장기적으로 쌀이 귀한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후위기, 농업인구 감소로 생산량 자체가 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레이와 쌀 소동`은 남의 일이 아니다. 쌀농사의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점은 한국이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오르는 농자잿값, 변덕스러운 날씨, 불쑥 나타나는 해충, 농촌을 떠나는 젊은이 등 캄캄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356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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