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 순수 일본 국적의 종합 반도체 기업 중 PC나 서버에 들어가는 D램(RAM)을 직접 제조·생산하는 곳은 없습니다.
과거 1980년대만 해도 전 세계 D램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며 호령했던 일본이지만, 현재는 생산 구조와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일본 메모리 반도체의 현주소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순수 일본 기업의 D램 생산 중단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1990년대 이후 한국(삼성전자, SK하이닉스)과의 치열한 치킨게임과 단가 경쟁에서 밀리면서 차례로 무너졌습니다.
엘피다 메모리(Elpida)의 파산: 히타치, NEC, 미쓰비시의 D램 부문을 통합해 만들었던 일본의 마지막 자존심 "엘피다"가 2012년 파산했습니다. 이 엘피다를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Micron)이 인수했습니다.
키옥시아(Kioxia)는 NAND만 생산: 도시바에서 분사한 일본의 대표 메모리 기업인 키옥시아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플래시 메모리(NAND)만 생산할 뿐, 컴퓨터의 주기억장치인 D램(RAM)은 만들지 않습니다.
2. 일본 "영토" 내에서의 생산 (외국계 공장)
국적을 불문하고 "일본 땅에서 D램이 생산되는가?"라고 묻는다면 그건 "예스(Yes)"입니다.
엘피다를 인수한 미국 마이크론이 일본 히로시마에 대규모 D램 공장을 두고 첨단 D램을 계속 생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의 파격적인 보조금 지원을 받아 마이크론이 히로시마 공장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하고, 차세대 AI 메모리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공장 신설 및 증설을 대대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3. 일본의 새로운 전략: 팹리스와 차세대 메모리
최근 일본은 제조 공장을 직접 짓기보다는 설계 전문(팹리스)이나 신기술 개발 쪽으로 방향을 틀어 D램 시장에 다시 명함을 내밀고 있습니다.
사이메모리(Scienergy): 최근 일본은 인텔, 소프트뱅크 등과 손잡고 "팹리스" 형태로 HBM을 대체할 차세대 저전력 AI 메모리 칩 설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생산은 대만의 TSMC 같은 파운드리(위탁생산)에 맡기겠다는 전략입니다.
요약하자면
일본은 과거 D램 왕국이었으나 지금은 자국 브랜드의 D램 생산 라인이 전멸한 상태입니다. 대신 일본 영토 내에 있는 미국 마이크론 공장을 통해 첨단 D램이 생산되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이 공장들을 AI 메모리(HBM) 기지로 키우려는 공급망 확보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