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에서 인생 승부 건다
2005년부터 해마다 중국에서 대졸 사원을 공채로 뽑는 SK그룹은 지난 연말에도 한바탕 몸살을 앓았다. 베이징대·칭화대 출신 등 중국 전역에서 엘리트들이 대거 몰려들어서다. 100여 명을 뽑는 중국 지역 공채는 평균 경쟁률만 300 대 1에 달한다. 2008년 SK텔레콤에 입사한 쉬옌슈(26·여·글로벌 사업팀)는 그래서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말한다. 베이징대(국제정치학) 출신인 그는 “평소 SK가 후원하는 장웬방(중국판 장학퀴즈) 덕분에 현지에서도 SK는 선망의 직장”이라며 “중국 친구들도 나의 입사를 매우 부러워하고 있으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LG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해외 법인 등을 통해 글로벌 인재들의 구직 문의가 밀려들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정례 인사에서 해외 주요 5개 판매법인장(북미·캐나다·프랑스·베네룩스·스웨덴) 자리에 해당 지역 출신 간부들을 대거 발탁했다는 소식이 현지 언론에 대서 특필되면서 지원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LG전자 해외 법인장들은 해당 권역의 판매·마케팅을 책임지는 ‘지역 사령관’들이다. 그간 LG전자는 이런 중책을 한국 본사 출신에게만 맡겼다. LG전자는 해외 10여 개 법인에서 현지인을 최고운용책임자(COO)로 뽑아 제2, 제3의 법인장 후보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LG전자 남용 부회장은 “각 지역의 인재들이 선망하는 회사가 되고, 영입한 이들이 큰 성과를 내면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회사 가치가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에 뽑힌 외국인 현지 법인장들은 해당 지역 법인에서 잔뼈가 굵은 조직 운용 전문가나 판매통이며 내부적으로는 ‘톱팀(Top Team)’으로 특별 관리한다”고 덧붙였다. 유럽지역본부 프랑스법인장으로 발탁된 에릭 서데즈(54) 상무의 경우 LG전자 현지 법인에 합류한 2003년 이래 프랑스 내 판매 거점 확충에 전력을 기울여온 점을 높이 샀다.
한국 주요 기업의 ‘어메이징 스토리’는 전 세계 언론의 단골 메뉴가 된 지 오래다. 요즘엔 한발 더 나아가 한국형 경영 모델이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 본격 다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애리조나주의 유명 경영대학원(MBA)인 선더버드스쿨의 캐너 라마스와미 교수는 ‘SKMS(SK Management System)’를 분석한 뒤 극찬했다. SKMS는 SK그룹이 20여 년간 구축해온 경영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