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역사학자들이 일본이 고대에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은 공동 연구결과 사실이 아니다’라고 합의했다.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는 22일 "지난 4세기에서 6세기까지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일본 교과서 내용과 관련해 일본의 야마토 정권 세력이 한반도 남부에서 활동했을 수는 있지만 "임나일본부라는 공식 본부를 설치해 지배활동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일본이 자신들의 조선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줄곧 펴왔던 "임나일본부설"을 스스로 폐기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의 야마토왜(大和倭)가 4세기 후반에 한반도 남부지역에 진출해 백제.신라.가야를 지배하고 특히 가야에는 일본부(日本府)라는 기관을 두어 6세기 중엽까지 직접 지배했다는 설로 일제의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 밖에도 한일 역사학자들은 조선을 침략했던 왜구에 조선인이 포함됐다는 일본 측 교과서 기술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왜구는 대마도와 일본 본토 해안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이었다는데도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을사늑약과 한일병합조약의 위법성,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징용, 독도문제 등 양국 과거사의 핵심 쟁점이 됐던 사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일본 측은 한일병합조약의 경우 국제법적으로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했지만, 한국 측은 일본의 강압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원천무효라고 지적해 최종 보고서에도 각자의 의견을 병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고종"이 을사조약에 찬성했다는 등 조선 일부 주류세력이 일본 침략에 동조했다는 주장은 여전했다.
한국측이 "을사늑약 등은 공식 비준 절차가 생략됐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일본측은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면서 "고종(高宗)은 을사조약을 반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조약의 주체로서 반대운동을 탄압했다"고 억지 주장을 펴기도 했다.
또한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입장에서 협상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공동 연구가 불가능했다"고 한국측 연구위원이 밝혔다.
한편, 4,000쪽에 달하는 이번 보고서는 고대사(고대 한일관계 성립ㆍ고대 왕권의 성장과 한일관계), 중근세사(14~15세기 동아시아 해역세계와 한일관계ㆍ동아시아 세계와 임진왜란), 근현대사(한일 근대국민국가 수립과정과 한일관계) 등에 걸쳐 48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한일 역사공동연구위는 2001년 10월 양국 정상의 합의로 발족해 위원회 1기가 2005년 5월까지 활동했으며, 2007년 6월부터 제2기가 활동을 시작했다.
한일 역사학자들의 이 같은 의견일치는 올해 경술국치 100주년을 맞이해 그동안 한국관련 고대사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통념과 역사인식에 상당한 전환을 보여주고 있고, 일본 스스로 임나일본부설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는 평이다.
한일 역사 공동연구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최종연구결과를 23일 발표하고 최종 보고서를 양국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