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나로호 발사 실패 후 안병만 교과부 장관(위)은 “나로호 성공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라고 말했다.끝내 나로호의 2차 발사마저 실패로 끝났다. 여기저기에서 "조롱과 야유"가 우박처럼 쏟아진다. 이번에도 발사는 괜찮았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폭발"로 1차 사고(발사 540초 뒤)보다 훨씬 빠른 137초 만에 추락하고 말았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즉각 실패를 인정한 뒤 "나로호 성공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또 3차 발사를 준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나로호의 미래 운명과, 나로호 발사를 둘러싼 의문을 문답형으로 짚어본다.
3차 발사, 가능할까? 러시아와의 계약서에 "두 번 실패 시 1단 추진체를 예비로 한 번 더 발사한다"라는 조항이 있으므로 가능하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그동안 러시아가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계약 내용을 몇 번 흔든 적(10회 발사를 "2회 발사"로 수정 등)이 있어서, 이번에도 순순히 3차 발사 요구를 도와줄지 의문이다. 어쩌면, 웃돈을 요구하거나 더 무리한 주문을 할 수도….
설사 러시아가 3차 발사를 도와준다고 해도 성공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순수한 우리 기술로 만든 2단 로켓 성능과 인공위성 분리 기술 그리고 고체연료 화력 따위를 확실히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러시아는 두 번 발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단 추진체와 액체연료 기술 노하우를 전혀 넘겨주지 않고 있다. 더 "뜨악한 사실"은 그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점이다. 냉전 이후 미국은 러시아의 미사일 기술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 매년 10억~20억 달러를 지원해주고 있고, 러시아가 그 눈치를 보는 것이다.
추락한 나로호가 남긴 것은? 우주 개발에서 실패는 드문 일이 아니다. 이미 여러 나라가 우리나라 못지않게 쓴맛을 보았다. 1957년 옛 소련이 인공위성(위성) 발사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위성을 쏘아올린 나라는 러시아를 포함해 모두 9개국(나라 이름은 맨 마지막 문단에). 이 가운데 첫 발사에서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은 나라는 프랑스와 이스라엘뿐이다. 그 탓에 첫 위성 로켓 발사로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놓을 확률은 2009년 말 현재 27.2%에 불과하다(나로호 발사 실패로 그 확률이 더 낮아졌다).
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지난해 7월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발사체(추진 로켓)나 위성 개발에 7년을 투자했다. …발사는 개발 과정에서 마지막 실험 데이터를 얻는 작업이다. 로켓 부품이 10만 개다. 만약 실패한다면 이 중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추적하게 된다. 그 결함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면, 나로호의 추락이 꼭 침통한 일만은 아닐 듯하다.
참고로, 우주 로켓 발사가 실패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최규홍 교수(연세대ㆍ천문우주학과)에 따르면, 그중 추진 시스템 이상으로 사고가 난 경우가 가장 많다. 전체 실패 사례 가운데 무려 66.2%이다. 발사체 분리, 즉 페어링이 떨어지지 않아서 실패한 경우도 12.6%나 된다. 전기공학 원인보다 기계공학 부분에서 사고가 더 잦은 것이다(나로호도 1, 2차 모두 기계공학 문제로 실패했다).
두 번의 발사 실패로 본 손해는? 일단 1단 추진체와 액체연료 대가로 건너간 돈이 2억 달러(약 2500억원)로 알려져 있다. 거기에 지구를 한 바퀴도 돌지 못하고 소멸해버린 불운의 "과학기술위성 2호" 두 대 값(136억원)과 기타 연구비ㆍ제작비 따위를 합치면 5000억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1조5000억원을 들여 나로호 발사와 2018년에 순수 한국형 1, 2단 추진체(무게 200t급에 1.5t급 위성 탑재)를 우주에 쏘아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나로호 발사가 두 차례 실패하면서 한국형 추진체 발사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미 예산의 3분의 1 이상을 까먹었기 때문이다
ⓒ뉴시스 6월10일 오후 5시1분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나로호는 5시2분50초께 마지막으로 관측된 뒤 사라졌다.발사, 왜 서둘렀나? 2차 발사 역시 1차와 마찬가지로 징조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발사대와 나로호 1단 지상관측 시스템 연결 커넥터의 전기신호가 불안정해 기립 작업이 5시간30분 지연되었는가 하면, 소화 설비 오작동으로 발사 3시간 전에 카운트다운이 멈춘 것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의 원인 규명이 제대로 안 된 채 무리하게 발사를 추진한 배경이 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발사 실패 책임, 누구에게 있나? "이명박 대통령 책임이냐, 노무현 전 대통령 책임이냐"를 두고 누리꾼의 갑론을박이 시끄럽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같은 논쟁은 별 의미가 없다. 러시아와의 "추진체 협상"을 노무현 정부가 하고, 나로호 발사는 이명박 정부가 했지만 정치적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로서는 미국과 프랑스 등의 협조 거부로 러시아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고, 이명박 정부로서는 나로호를 발사할 만큼 "기술이 무르익었다"는 과학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발사를 허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주 개발을 고집하는 이유는? 우리나라만 우주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각 나라 정부가 신중하고도 고집스럽게 우주 개발을 추진해왔다. 안타까운 점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1970년 2월11일 위성 발사에 성공한 일본은 1960년대에 미국으로부터 발사체 설계도면까지 받았다. 중국도 다르지 않아 "우정의 시대"라 불리는 1960년대에 옛 소련으로부터 적극 도움을 받았다. 심지어 북한도 중국으로부터 로켓 설계도면을 받았다(<세계우주클럽>ㆍ아파나시예브 이고르 외 지음).
그렇다면 왜 각 나라는 우주 개발에 몸 달아할까. 우선 미국과 러시아의 예에서 보듯 우주로의 진출은 그 나라의 잠재적 군사력과 국방력을 실질적으로 입증하기 때문이다(추진체는 조금만 개조하면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된다). 또 기후ㆍ환경 변화를 미리 읽어 지구와 우주의 물질ㆍ정보ㆍ에너지 따위를 선점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경제적 효과도 무시 못한다.
이창진 교수(건국대ㆍ항공우주공학과)에 따르면, 2007년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2002년부터 해마다 평균 11%씩 성장해 1230억 달러에 달했다. 각 나라가 쏘아올린 위성 수는 102기. 따라서 위성 발사 기술을 완벽히 갖추면 소형 위성, 고체연료, 지구 관측기계, 항법 제어기술 시장 등에서 기대 이상의 성취를 맛볼 수 있다(모든 첨단 산업이 그렇듯 쉬운 일은 아니다). 나로호 발사에 무려 16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나로호 발사에 성공해 우주 클럽에 가입하면 최대 2조3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우주 클럽은 자국(타국)의 추진 로켓으로, 자국의 우주 기지에서, 자국의 위성을 성공적으로 우주에 띄운 국가들의 연합체를 말한다. 2010년 6월 현재 회원국은 러시아ㆍ미국ㆍ프랑스ㆍ일본ㆍ중국ㆍ영국ㆍ인도ㆍ이스라엘ㆍ이란 등 9개 나라이다. 한국이 이 그룹에 들어가면 한국 상품의 이미지 제고로 수출이 최대 1조3591억원 늘고, 국가 홍보 효과가 최대 875억원 늘어난다는 것이 산업연구원의 주장이다. 과연 나로호 실패의 시련을 딛고 우리나라도 우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